문재인 대통령이 "정부는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 위기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8일 말했다.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두고 정치권은 선별ㆍ보편지급을 모두, 재정당국은 선별지급을 주장하며 갈등하는 중에 당정의 입장을 동시에 챙긴 것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보편이냐, 선별이냐에만 매몰되지 말고, 건전ㆍ건강한 논의를 해달라'는 주문으로 해석됐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경제를 긍정 평가한 주요 경제 지표들을 나열하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대처한 결과"라고 칭찬해 여당과 충돌한 홍남기 부총리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어 줬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도, 위기 대응도,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현실적인 여건 속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초유의 상황인 만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둘러싼 당정 이견을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과의 내부 회의에서도 당정 갈등 상황을 "건강하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는 전제로 기재부 의견을 존중하는 동시에 "과감하게, 실기하지 않고, 충분한"이라는 말로 선거를 앞둔 여당 입장도 살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보편, 선별만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방식이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지를 진정으로 생각해달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방향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정치권이 정차적 이해를 뛰어넘어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할 과제"라며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서 확인되듯 한국은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로 평가 받고 있다"며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비상경제체제를 가동하며 전례 없는 정책적 수단으로 경제위기에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홍 부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지기는 자격이 없다"(설훈 민주당 의원)며 4차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에 소극적인 홍 부총리를 흔들었지만, 문 대통령이 사실상 자제령을 내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