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열흘마다 감염 두배… 코로나 주류 된 '변이 바이러스'

입력
2021.02.0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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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미국서 영국발 변이가 코로나 지배종" 전망
남아공, 변이 못 막는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연기
변이 억제하면서 백신 접종 속도 높이는 게 관건

‘변이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국발(發) 변이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지배종이 됐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는 백신마저도 무력화하는 등 암울한 신호만 울리고 있다. 감염병 종식까지 넘어야 할 산이 더 많아졌다.

코로나19 최대 감염국인 미국의 상황이 특히 심각하다. 열흘마다 영국 변이 감염자가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달엔 영국 변이가 기존 바이러스를 밀어내고 가장 보편적인 바이러스가 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 비영리연구단체 스크립스연구소는 7일(현지시간) 이런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발표하고 “영국 변이가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지배종이 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달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내놓은 전망과 거의 맞아 떨어진다.

구체적으로 연구진은 코로나19 진단검사 50만건과 게놈 염기서열 212개를 분석해 영국 변이가 미 전체 코로나19 감염의 2%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숫자로 환산하면 매일 1,000명 이상이 감염되고 있다는 의미다. 플로리다주(州)에선 신규 확진 환자의 4%에 달했다. 영국 변이는 지난해 12월 20일 처음 보고된 이후 한 달여 만에 70여개국으로 퍼진 상태다. 연구진은 “코로나19 감염과 사망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즉각적이고 결정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집단면역까지 갈 길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 백신 공급이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여름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고 자신했던 조 바이든 대통령도 백기를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BS 인터뷰에서 “백신을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해 여름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기가 어려워졌다”고 고백했다. 이날 기준 미국 내 누적 백신 접종 건수는 4,121만회에 그쳤다.

백신 공급뿐 아니라 변이 바이러스는 집단면역 형성에 또 다른 걸림돌이다. 상용화된 코로나19 백신이 기존 바이러스에 맞춰 개발돼 변이에 대한 효능을 장담할 수 없는 탓이다. 실제 남아공 보건당국은 이달 중순 개시하려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전격 보류했다. 영국 변이와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공 변이엔 예방효과가 크지 않다는 결과가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남아공에선 변이 감염이 신규 감염의 무려 90%에 달한다. 최소한 남아공에선 이 백신이 소용없다는 뜻이다.

남아공 사례는 변이 확산 방지가 코로나19의 최우선 대책이 되어야 함을 실증적으로 증명한다. 실재하는 변이를 억제해야 전염력이 더욱 강한 새로운 변이로 진화할 위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바이러스 변이 속도보다 빠르게 백신 접종을 하는 것만이 현재로선 유일한 해법이다. 스크립스연구소 크리스티안 앤더슨 박사는 “현재 백신으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가능한 빨리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투여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