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난 해리스 "한일 갈등 속 인종차별에 매우 놀랐다"

입력
2021.02.08 10:30
지난달 퇴임 전 서울서 FT와 마지막 인터뷰 
"세 차례 북미정상회담...상상할 수 없던 일"

지난달 20일 임기를 마친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가 재임 중 한일 갈등으로 인해 "인종차별에 놀랐다"고 말해 '한국살이'가 쉽지 않았음을 회고했다. 그러나 세 차례 이뤄진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공상과학 소설처럼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며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해리스 전 대사는 지난달 퇴임하기 전 서울 중구 미 대사관저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임기 중 마지막 인터뷰를 진행했다. FT는 5일(현지시간) 이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 사이의 역사적 갈등으로 인해 그렇게 곤욕을 치르게 될지 몰랐다"면서 "일부 인종차별(race baiting)에는 매우 놀랐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언급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외신 기자회견에서도 "내 인종적 배경, 특히 내가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언론, 특히 소셜미디어(SNS)에서 비판받고 있다"고 속상한 심정을 드러낸 적이 있다. 해리스 전 대사는 주일 미군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미 해군 태평양사령관을 거쳐 2018년 7월 주한 미 대사에 임명됐다.

또한 그의 콧수염도 수난 시대를 겪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와 남북협력 등 한미 간 이견이 있는 사안에서 해리스 전 대사가 미국의 입장을 강하게 어필할 때마다 콧수염 논란이 벌어지곤 했다.

콧수염이 일제강점기 총독들을 연상시킨다는 주장이었는데, 이 때문인지 해리스 전 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를 착용할 때 덥다며 콧수염을 깎기도 했다.

FT는 이를 두고 "해리스 전 대사는 일본계 미국인이라서 일부 한국 언론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존보다 나은 위치서 북미관계 시작할 것"

해리스 전 대사는 잊지 못할 '사건'도 언급했다. 그는 세 차례 이어진 북미정상회담을 꼽으며 "어렸을 때 공상과학 소설을 읽곤 했지만 그런 상황은 상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T는 2019년 6월 남북미 판문점 회동 성사 과정에서 회담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아는 남측 당국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해리스 전 대사가 시사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향후 북미관계 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과는 다른 위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 군 복무 시절을 포함해 지금까지보다는 훨씬 더 나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방위비 분담금 등) 모든 사안에 의견 일치를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우정이 쌓였다"고 회상했다.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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