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미국과 옛 소련의 군비경쟁을 끝낸 조지 슐츠 전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100세.
미 싱크탱크 후버연구소는 슐츠 전 장관이 이날 스탠퍼드대 캠퍼스에 있는 자택에서 숨졌다고 전했다. 그는 사망 전까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이자 후버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해왔다. AP통신은 “1980년대 소련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중동평화 로드맵 구축에 힘썼다”고 슐츠 전 장관의 업적을 기렸다.
그는 1920년 뉴욕에서 태어나 프린스턴대에서 경제ㆍ국제학을 공부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해병대에 입대해 장교로 복무했다. 이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MIT와 시카고대에서 교단에 섰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 노동장관과 재무장관, 예산관리국장을 역임하는 등 일찌감치 국정 운영에 발을 담갔다.
하지만 슐츠의 능력은 외교 분야에서 꽃을 피웠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6년 넘게 국무장관으로 일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수 미 국무장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1987년 미소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 체결 당시 협상 산파 역할을 맡으며 실질적인 냉전 종식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사거리 500∼5,500㎞인 중ㆍ단거리 탄도ㆍ순항미사일의 생산ㆍ실험ㆍ배치를 전면 금지한 INF 규정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미사일 2,692기를 폐기하는 성과를 거뒀다.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끝낸 결정적 계기였다. 다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는 2019년 러시아의 규정 준수 미흡을 이유로 INF에서 탈퇴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슐츠 전 장관은 1992년 세계 평화와 인류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또 국무장관 재직시절인 1983년 레이건 대통령 방한에 동행하는 등 여러 번 한국을 찾았다. 1987년 조 바이든 당시 상원의원이 슐츠에게 “전두환 군사정권이 (한국의) 정치범을 석방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서한을 보낸 일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