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받는 아동이 부모와 떨어져 지낼 수 있는 ‘학대피해아동쉼터’(아동쉼터)의 설치가 목표치에 매년 미달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동쉼터 확충에 소극적인 게 주된 이유로 꼽히다.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아동쉼터 확충을 공언했지만, 계획대로 진행될 지 불투명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아동쉼터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신규 설치 목표보다 3~12곳씩 적게 지어졌다. 2019년만 예외다. 지난해의 경우, 아동쉼터를 전국에 총 73곳에서 77곳으로 늘리겠다고 목표를 세웠지만, 실제로는 고작 한 곳이 늘어나는데 그쳤다. 한 해 아동학대 건수는 3만45건(2019년 기준)에 이르지만, 아동쉼터 한 곳의 정원은 7명 밖에 안된다. 아동쉼터 부족은 분리가 필요한 피해 아동을 학대 부모가 있는 본래 가정으로 다시 돌려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아동쉼터 부족 이유는 돈이다. 복지부는 매년 지자체를 상대로 아동쉼터 설치를 원하는지 수요 조사를 받은 뒤, 예산 사정 등을 감안해 아동쉼터 설치 목표를 세운다. 하지만 아동쉼터 설치가 의무가 아닌데다, 설치 비용의 60%는 지자체 부담(40%는 중앙정부 지원)이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부동산 가격이 지역별로 천차만별인데 정부 지원금이 같은 것도 아동쉼터 확충을 주저시키는 이유다. 복지부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2015년 국고보조금만으로 아동쉼터가 들어설 주택을 매입하지 못해 포기했다. 최근 복지부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쉼터 29곳을 추가로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자체에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학대 예방 업무와 피해아동 보호 및 구조 업무를 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역시 목표만큼 확충되지 못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2017년을 제외하고는 목표치보다 1, 2곳씩 적게 지어졌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아동학대 정책은 보건복지부가 세우지만 정작 아동쉼터는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법무부의 범죄피해자기금으로 편성하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복지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아동복지기금’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사업 부처와 기금관리 부처를 일치시켜야 안정적이고 충분한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는 게 강 의원 주장이다. 아동복지기금 신설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강 의원은 최근 동료 의원 299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 법안 통과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