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두 달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위기 신호'가 켜졌다. 검찰 개혁 갈등과 부동산 정책 실패 등에 피로감을 느끼는 중도층을 중심으로 '정권 심판' 정서가 확산되고 있어서다. 특히 문재인 정부 지지세가 강했던 20대와 정의당 지지층 등이 이번 선거를 '정권 심판 선거'라고 규정하는 경향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4~6일 실시) 결과, 이번 선거를 '서울시의 지역일꾼을 뽑는 선거로 본 응답자는 60.2%,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 평가'로 규정한 답변자는 36.6%였다. 올해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신년 조사(지난해 12월 28~30일 실시·전국 답변자 중 서울시민 기준)에선 중간 평가론(50.8%)과 지역일꾼 선출론(47.6%)이 맞섰는데, 선거를 앞두고 일꾼론으로 기운 것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에 호재다.
'서울시장 선거 통해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보는 국정 안정론(42.9%)과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권 심판론(48.3%)은 오차범위(±3.5%포인트) 내에서 맞섰다. 한국일보 신년 조사에서도 서울 민심은 국정 안정론(45.0%)과 정권 심판론(48.7%)이 팽팽했다.
다만 서울 민심의 무게추가 1년 사이 정권 심판 쪽으로 기운 건 민주당이 우려할 대목이다. 지난해 21대 총선 직전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4월 7,8일 실시)에서 서울 민심은 정권 심판론(33.0%)보다 국정 안정론(57.5%)에 쏠려 있었다. 당시 격차는 24.5%포인트였다. 1년간 추미애·윤석열 갈등, 집값·전셋값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 위기 등의 실책이 쌓이면서 정권 심판론에 공감하는 여론이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중도층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 정서가 상당한 것도 민주당엔 다소 적신호다. 중도층은 서울시장 선거 의미를 '지역 일꾼론'(60.9%)에서 찾는 경향이 컸다. 그러나 투표로 국정 안정(39.5%)보다는 정권 심판(49.4%)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선거 때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의 50.5%가 정권 심판을 바라는 것도 민주당에 부담이다.
또 국민의힘 지지자의 93.2%, 국민의당 지지자의 90.5%가 정권 심판을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의힘보단 민주당과 정서적 거리가 가까운 정의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정권 심판론은 36.7%에 달했다. 지난해 4월 한국일보 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에 공감한 정의당 지지층은 11.9%였다.
연령별 보면 20대(50.4%)와 60대 이상(59.9%)은 정권 심판론에 무게를 둔 반면, 30대(52.0%) 40대(47.3%) 50대(49.8%)는 국정 안정을 위한 투표를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