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초 주식시장의 코로나19 폭락장에서 A씨는 500주 가량의 금융지주 주식 덕에 쓰린 속을 달랬다. 주당 2,000원 넘는 배당으로 그는 100만원 가까운 '용돈'을 챙겼다. 예금으로 치면 연 5% 가까운 이자다.
하지만 A씨는 요즘 금융지주 주식을 처분할 지 고민 중이다.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금융지주사들이 잇따라 올해 배당금을 줄이면서 금융주의 최고 매력인 '높은 배당비율'이 무색해졌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대부분 20%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배당 성향(25~27%)에 비하면 5~7%포인트나 낮아지는 셈이다.
배당 성향이란 기업이 번 순이익 가운데 배당금을 얼마나 지급하는지 나타내는 숫자다. 금융지주는 전통적으로 높은 배당 성향을 앞세워 주주를 끌어 모아왔다. 그러나 지난해 실적에는 금융당국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금융지주에 배당 자제를 권고했다. 불확실성에 대비해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돈을 쌓아두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은 2020년도 주당 배당금을 1,770원으로 의결하며 전년(2,210원)에 비해 20%나 줄였다. 2019년 주당 2,000원 넘게 배당했던 하나금융도 이번엔 중간배당금을 포함 총 배당금을 1,850원으로 낮춰 의결했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주주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다.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배당성향 발표를 3월로 미뤘지만, 이들도 20%라는 당국 가이드라인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용훈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5일 컨퍼런스콜에서 "(당국 권고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많이 벗어나면 어려울 수 있다"며 곤란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다만 주주들이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6월 이후의 중간배당과 올해 연간배당 수준이다. 최근 실적발표에서 금융지주들은 앞다퉈 공격적인 주주환원을 약속했다. 이환주 KB금융 CFO는 "당국의 자본관리 권고안이 올해 6월 말까지인 만큼 (하반기엔) 적극적인 자본정책으로 주주환원을 빠르게 개선하겠다. 자사주 소각, 중간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외국인과 기관이 반응하면서 5일 KB금융 주가는 5.47%나 뛰어올랐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 우리금융도 실망한 주주 붙잡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30% 가까운 배당성향을 약속하거나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등 당근책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