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 “이영표, 전적으로 믿습니다”... 벌써 기대되는 강원FC 꿀케미

입력
2021.02.07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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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대량 이적에도 우수자원 영입으로 ‘선방’
“소통 상당히 잘돼, 일하기 아주 쉬웠다”
축구 철학에 유소년 비전까지 닮아 기대감 
선수단 대폭 변화에 ‘초반 적응’이 관건

편집자주

2021 시즌 준비를 위해 국내에서 구슬땀 흘리는 K리그 구성원들의 다짐과 목표, 그리고 팬들을 향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저는 이영표 대표의 시도들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100% 지지합니다.”

올 겨울 강원FC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았다. 예산이 부족한 이 도민구단은 김지현 이영재 등 지난해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수들을 아쉽게 떠나 보내야 했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는 않았다. 강원은 어느 때 보다 적극적인 영입에 나섰다. 국가대표 출신 임창우, 김대원을 비롯해, 마사, 아슐마토프 등 외국인 선수도 영입했다. ‘삼각 트레이드’가 진행되는가 하면, 무산된 영입에 재빠른 ‘플랜B’가 가동됐다. 세르비아 1부리그 득점왕 출신 블리디미르 실라지도 곧 합류할 예정이다. 도민구단답지 않은 공격적 영입 뒤에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이영표(44) 대표이사의 역할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병수(51) 감독은 5일 2차 전지훈련 기간 동안 머무르고 있는 경남 양산의 한 호텔에서 본보와 만나 “저는 일하기가 아주 쉬웠다”는 말로 돌려서 고마움을 전했다. “(이 대표가) 선수를 뽑아서 이야기 해주면, 저는 좋다, 나쁘다만 이야기하면 되니까” 동계훈련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선수 유출이 많았던 만큼, 혹시 의견 충돌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원래 선수를 안 쓰더라도 데리고 있고 싶어하지 절대 보내고 싶어하지 않는 게 감독이에요. 나는 선수만 보면 되지만, 대표는 돈도 봐야 합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죠.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하면 제가 대표님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감독과 이 대표는 모두 강원 홍천 사람이다. 김 감독이 7살 위다. 고향 선후배의 서열이 회사에서 바뀌었으니,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이영표 대표도 외국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런지 권위의식이 없고, 저 역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무슨 권위를 갖지는 않아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프로답게 일을 하는 것 뿐이죠. 저랑 소통은 상당히 잘 돼요. 여기 와서 서로 처음 만났지만, 어려움이 없습니다.”

외부 평가는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 아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꿀케미’라는 말이 오르내린다. 권위를 앞세우지 않는 면이 서로 닮았다. 클럽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 위해선 ‘속도’보다는 ‘제대로’가 중요하다는 소신이나, 강원에 유소년 축구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는 비전까지 똑 닮았다. “사실 올바른 일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요. 그러려면 너무나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과정도 힘들기 때문이에요. 저나 이영표 대표나 생각은 같아요. 우리도 그 동안 유소년 축구 정착을 위한 노력을 했는데, 도중에 자꾸 꺾였습니다. 이 대표가 생각하는 것들이 저는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해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이 대표가 ‘유소년들이 일년에 적어도 100경기는 나가야 한다’고 하던데, 나도 깜짝 놀랐다”“감독은 경기 외적인 부분에 대해 크게, 세세하게 들여다 보긴 쉽지 않은데, 이 대표는 많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100% 지지한다”고 말했다.

시즌 전 보여준 둘의 케미가 성적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대대적인 선수단 변화를 겪었는데, 선수들이 너무 늦게 합류했다. 김 감독은 “굉장히 고민스럽다. 이제 겨우 모든 선수들이 처음으로 모였다. 게임 플랜을 잡아야 한다. 빠르게 팀을 추스려야 한다. 가장 심플하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이 걱정인데, 공교롭게 강원은 지난 시즌 1~3위 팀과 이번 시즌 1~3라운드를 치른다. 그는 “백업자원이 없을 수 있어서, 부상자들이나 외국인 선수가 모두 들어올 때 까지는 어려울 수 있다. 시즌 초반에 그런 부분을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가 중요할 거 같다”고 했다.

올 시즌 김 감독의 목표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을 만드는 것이다. 상위 스플릿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만 만들어 놓으면 언제든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지론이다. “항상 최고를 향해 도전할 수 있는 위치, 그 정도가 되면 괜찮아요. 결과적으로 우승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항상 그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면 언제든 기회가 있습니다. 한 번 잘하고 꺾기는 것은 의미가 없어요. 우리도 좀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까지 가야 합니다.”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