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조현병이라도 3개월 한 번 맞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효과

입력
2021.02.06 12:53


조현병은 20~30대에 발생한다. 과도한 의심과 불안, 수면장애, 사회관계 단절, 학업 성적 저하가 원인이 돼 나타나기도 한다.

조현병을 치료하려면 무엇보다 신경전달물질이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약물 치료가 중요하다. 꾸준히 치료하면 충분히 조절되고, 취업ㆍ사회생활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치료 시기가 늦어지거나 치료제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회 복귀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조현병 치료는 발병 초기부터 적극적인 개입과 관리를 지향할 뿐만 아니라 장기간 치료가 가능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데, 그 중 주목할 만한 치료법으로 ‘장기 지속형 주사제((LAIㆍLong-Acting Injection)’가 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항정신병 약물을 한 달에 한 번, 혹은 석 달에 한 번 정도 주사를 맞더라도 치료 효과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치료제다. 약물이 근육에서 혈액으로 천천히 방출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혈액 내 약물 농도가 일정할 뿐만 아니라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약 불편감을 줄였다.

그렇지만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약물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는 환자, 이로 인해 정신증이 계속해 재발되는 만성 조현병 환자에게만 주로 적용해 왔다. 또한 아직까지는 조현병에서 주사제의 처방과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점, 인체에 침습적인 방법으로 투여해야 하는 주사제의 이미지로 인해 초기 조현병 환자에게는 주사제 보다 주로 경구약 중심으로 치료가 진행돼 왔다.

그런데 만성 조현병 환자에 주로 적용돼 온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초기 조현병에서도 치료 효과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국내 105개 병ㆍ의원에서 주사제 치료를 받은 1,166명의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발병 기간에 따른 치료 결과를 분석했다.

우선 환자 그룹을 조현병이 발생한 기간에 따라 ‘3년 미만’, ‘3~10년’, ‘10년 이상’ 등 세 그룹으로 분류하고, 그룹별로 장기 지속형 주사제를 통한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세 그룹 모두 조현병 증상이 호전됐지만 특별히 발병 기간이 3년 미만인 초기 조현병 환자에서 더 호전됐다. 또한 장애회복 능력 및 사회적 기능 점수 역시 초기 조현병 환자가 만성 환자에 비해 더 두드러졌다.

김의태 교수는 “장기 지속형 주사제 치료 대부분을 만성 조현병 환자에게만 적용해 왔는데, 초기 환자에서 더 우수한 효과를 보인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조현병은 초기 치료와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가 중요한 질환임에도 초기 환자를 주사 치료에서 배재한 치료 관행은 적절하지 못한 예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정신의학저널 ‘Journal of Clinical Psychiatry’ 1월호에 게재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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