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입력
2021.02.0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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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에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오피스 건물에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확진이 알려진 즉시 오피스 출근 인력은 전부 자택으로 돌아가고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하라고 안내받았다.

밀접 접촉자는 아니었지만 동선이 겹쳤을 가능성이 있었다. 불안감에 떨며 선별 진료소를 방문했다. 1월 내내 재택근무를 하다가 이번 주에 새로운 팀으로 발령 나면서 오피스 출근을 한 것인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위험은 정말 한순간이구나. 잠시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사실 회사는 12월부터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재택근무를 하되 최소 인력만 출근을 하는 형태였는데 문제는 내가 며칠 전에 새로운 팀으로 발령이 났다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분야로 팀이 바뀌니 배워야 할 것이 많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1월 내내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이번 주부터 오피스 출근한 것인데 하필, 건물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

귀갓길에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집까지 걸으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정말 코로나 걸린 건 아니겠지? 걸렸어도 젊으니까 낫긴 하겠지? 그렇지만 후유증이 심하다던데. 폐 기능에도 문제가 생기고 냄새도 잘 못 맡는다던데 어쩌지.

다시 한번 느낀다. 내 건강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내가 지는 것이다. 회사에 열정을 보이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감염 위협이 눈앞에 다가오자 그런 것들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었다. 나 대신 누가 아파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내 신체의 건강함과 무탈함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24시간은 초조함의 연속이었고 다음날 아침에서야 결과 문자를 받을 수 있었다. 띵동. '음성(negative)입니다.' 네거티브가 이렇게 긍정적인 말이었던가? 걱정하던 직장 동료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축하가 쏟아졌다. 안도하여 웃으면서도 이게 축하받을 일이 된 세상이 낯설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철저하게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을지로 오피스 타운에는 직장인이 너무 많다. 대면이 필수적인 직종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많은 사람이 정말 모두 대면이 불가피한 업에 종사하는 것일까? 사실은 아직까지도 효율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회사가 재택근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전염병 상황에서 효율이라는 명목으로 개인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험을 감내하라고 강제할 수가 있는 것인가?

재택근무는 더 보편화되어야 한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 근무 형태여야 하고 대면이 필수가 아닌 직무는 모두 재택으로 전환해야 한다. 아직까지 재택근무는 효율이 떨어진다는 인식, 오피스에서 근무하면 더 열정적인 태도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면 바뀌어야 할 때다. 감염병 위기의 상황에 단순한 효율 논리를 들이대지 말라. 재택근무가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내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고하는 것이 맞다.

나부터 효율적인 재택근무자가 되기 위해 집을 오피스처럼 바꾸려고 한다. 제대로 된 책상을 사고 인체공학적인 의자와 듀얼 모니터를 둘 것이다. 커피 머신도 빼놓지 않고 구비하겠다. 집에 있으면서도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집중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재택근무가 모든 기업에 기본적인 근무 형태가 되기를 바란다.

곽나래 이커머스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