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놀란 개 안구 적출 실험, 막을 순 없었나

입력
2021.02.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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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안구(눈)를 적출하고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만든 인공 눈을 넣은 충북대 수의대 연구에 대해 국내외에서 동물실험 윤리 문제가 제기됐다는 한국일보 보도 이후 동물단체뿐 아니라 시민사회의 비판이 거셌다. "연구팀을 규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사실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더 중요한 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따져볼 기회가 됐다는 점이다. 이번 실험은 해당 대학 동물실험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진행됐다. 다시 말해 누가 봐도 '놀라운' 실험이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얘기다.


2019년 기준 윤리위원회가 설치된 386개 기관에서 심의한 3만9,244건의 계획 중 미승인 비율이 고작 0.6%에 불과하다는 것은 윤리위가 제대로 된 심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모든 실험이 윤리적이어서 미승인 비율이 낮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위원회가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거수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문제가 된 이번 실험을 포함, 대부분의 실험에 대한 심의는 온라인으로 위원 간 제대로 된 토의 없이 진행된다. 더구나 위원회는 보통 외부위원이 3분의 1을 채우게 되는데, 외부위원이 반대를 해도 내부위원이 찬성을 하면 다수결로 실험에 대한 승인이 나는 구조다.

동물보호단체는 국가가 동물실험 승인을 하는 유럽연합(EU)과 영국, 호주 등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영국에서는 실험을 하려면 국가기관으로부터 연구자, 연구 프로젝트, 연구기관별로 총 세 번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당장 모든 실험에 적용하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국가 세금이 들어가는 연구에는 국가윤리위원회가 실험을 심의, 승인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다시 충북대 수의대 사안으로 돌아가보자.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이번 실험을 비판하는 내용의 민원을 제기하는 캠페인을 벌였고, 많은 이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충북대는 답변을 통해 안전성 검증 없이 유기동물이나 가족인 반려동물에게 바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조직 샘플 확보를 위해 안락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에서 진행된 실험견을 이용한 연구 7건을 제시하며 이번 실험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면역학자이면서 대체시험 전문가인 린제이 마셜 휴메인소사이어티(HSI) 과학고문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검증되지 않은 재료이기 때문에 실험견에게 적용했다'는 부분에 대해 가장 충격이 컸다고 했다. 실험견이라고 해서 모든 실험을 해도 된다는 건 아니며, 멀쩡한 개를 동원하기 전 대체시험을 충분히 검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유기동물은 데려다 실험해도 괜찮다고 누가 주장했나.

안락사의 불가피성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동안 실험실에서 구조된 개들 사례를 봐도 연구자가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개들을 살릴 수 있었다. 또 해당 연구와 해외에서 진행된 연구 가치를 동일하게 비교할 수 있는지 의문이며 설사 그렇다 해도 해외에서도 했으니 우리도 괜찮다고 용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충북대 수의대는 법적 테두리 안에서 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게 아니라 왜 논문을 게재한 저널이 윤리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재평가에 들어갔는지, 윤리위원회 승인 과정에는 문제가 없는지, 시민들의 분노가 큰 이유가 뭔지 등을 되돌아보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