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주택 공급책, 희망 고문 안되게

입력
2021.02.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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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과 함께 2025년까지 서울 32만가구, 전국 83만가구의 주택 부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앞으론 공공이 주도해 충분한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는 게 골자다. 총 물량 중 70~80%가 분양주택으로 나온다는 점도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그 동안 주택 공급이 모자란 게 아니라며 투기 억제책과 규제에 집중해 온 정부가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파격적인 공급책을 내 놓은 점은 긍정적이다. 이미 나온 3기 신도시 물량까지 더하면 노태우 정부의 200만호도 뛰어넘는 계획이란 점에서 ‘공급쇼크’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그러나 공공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이 정부 의도대로 제 때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정부는 도심 역세권과 준공업 지역, 저층 주거지를 대상으로 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과 재건축ㆍ재개발 지역에 대한 ‘공공 직접 시행 정비사업’으로 이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두 사업 모두 사업지 내 땅과 주택 소유자 3분의 2 이상이 희망할 때에만 그 절차가 시작된다. 용적률을 올려 수익성을 높여 주고 재건축 조합원 거주 의무와 초과이익부담금 부과도 면해 주겠다는 당근책을 내 놨지만 자신의 땅과 집을 선뜻 내 놓을 이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는 게 시장 반응이다. 대규모 공급책이 집값에 이어 땅값까지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끊기며 매물이 더 잠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과정이 순탄하게 이뤄져도 입주 시기는 빨라도 5년 후다. 당장 전셋값 급등에 점점 더 외곽지역으로 밀려나고 있는 난민에겐 희망고문일 수 있다. 새로운 집은 짓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신규 주택 공급만큼 기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있도록 한시적인 양도소득세 인하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