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또 오르나... 닭날개·다리 공급 부족으로 치킨업계 '비상'

입력
2021.02.05 09:00
닭날개·다리 메뉴 전체 매출 반 이상인데
고병원성 AI 길어지자 부분육 공급 부족
시세 40%대 상승…소비자가격 인상 조짐도

"100개가 들어와도 모자랄 판인데 70개만 들어와요."

닭날개 얘기다. 날개만 모은 '윙' 상품은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들의 매출 최상위권에 드는 효자 메뉴다. 도계업체로부터 닭날개를 받아 가맹점들에 전달해 줘야 하는데, 최근 수급 물량이 평상시의 70%에 그친다는 현장의 목소리다.

전국적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매몰 처분한 가금류 수는 2,0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고, 이 중 식육용 닭인 육계 살처분 규모는 633만 마리에 달한다. 생닭이 부족하면 도계업체는 날개, 다리 등 부분육 공급부터 줄이기 때문에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때아닌 부분육 수급 전쟁을 벌이고 있다.

코로나에 AI까지… "날개, 다리는 품절"

4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부분육 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본사가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가맹점이 주문하는 발주량을 맞추지 못하는 실정이다. 날개만 모은 윙, 날개와 다리로 구성한 '콤보' 품절 안내를 내거는 매장들도 나오고 있다.

치킨도 입맛에 맞는 부위만 골라 먹는 취향이 늘며 윙, 콤보 등 부분육 상품은 주요 프랜차이즈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안정적인 부분육 공급에 취약한 닭 납품 구조와 코로나19 여파, 고병원성 AI까지 '삼중고'가 한꺼번에 닥치면서 수급 불안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부분육은 도계업체로부터 날개, 다리 등을 여러 닭에서 잘라낸 물량을 받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한 팩(920~960g)씩 포장해 가맹점에 전달한다. 날개와 다리를 보내고 나면 도계업체는 남은 부위를 모아 급식업체나 닭갈빗집 등에 판매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이 물량을 보낼 공급처가 급감했다. 개학이 연기되고 골목 식당들은 장사가 안된 지 1년을 넘기면서다.

게다가 부분육에는 일반적인 프라이드 닭 크기(10호)보다 큰 12~15호 닭이 사용된다. 하지만 농장들은 고병원성 AI로 인한 예방적 살처분과 이동 중지 명령을 피하려 평상시보다 더 빨리 생계를 출하하고 있다. 충분히 큰 크기의 생계가 부족한 이유다.

더불어 부분육 생산 과정에서 닭을 잘라내는 작업은 기계가 할 수 없어 일일이 사람이 칼로 도려내야 한다.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안 그래도 부분육 생산에는 인건비가 많이 드는 편인데 생계 수는 부족하고, 날개 및 다리를 치킨 업체에 보내고 난 뒤 남은 부위를 처리할 방법도 여의치 않은 것"이라며 "도계업체도 손해가 크니 공급을 꺼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마리' 사면 할인… 소비 분산 안간힘

공급 부족으로 이미 부분육 시세는 급등 추세다. 지난 3일 기준 닭날개 가격은 1㎏당 6,735원으로 1년 전(4,657원)보다 44.6% 뛰었다. 닭다리에 해당하는 북채(무릎 아랫부분)와 넓적다리(무릎 윗부분)는 각각 6,301원, 5,726원으로 같은 기간 44.2%, 43.7%씩 올랐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일단 농가 부분육 계약 단가를 올려주면서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교촌, BBQ 등이 한마리 메뉴 2,000~4,000원 할인 행사를 진행한 것도 한마리 상품 소비를 유도하려는 움직임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아직까지는 본사가 원자재 부담을 안고 버티고 있지만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치킨 가격에 워낙 민감해 당장 가격 인상은 쉽지 않지만 육계 살처분이 계속 늘어나면 결국 한 업체가 먼저 올리고 나머지가 다 따라갈 것"이라며 "모두가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맹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