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오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되고 경기를 많이 찾아보면서, 제가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상상했었어요. 그런데 와서 보니 정말 저와 잘 맞는 팀이더라고요.”
수원 삼성 팬들에게 미드필더 한석종(29)은 ‘복덩이’로 통한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지난 시즌 중반까지 강등 위기에 놓였던 수원은 8월 한석종이 온 이후 상승세를 거듭했다. 데뷔전도 승리했고, 강원전에서는 결승 헤딩 골을 넣으며 새로 부임한 박건하 감독에게 첫 승리를 안겼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요코하마전에서는 50m 쐐기골을 터뜨리며 팬들의 가슴에 ‘수원맨’으로서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이 모든 일은 이적한지 석 달여 만에 일어났다. 그는 적응이랄 것도 없이 팀에 녹아 들었다.
4일 경남 거제시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한석종은 겸손했다. “감사할 뿐”이라고 말하는 그의 표정엔 수원에 대한 애정이 넘쳐났다. “사실 제가 와서 한 것은 별로 없어요. 타이밍도 맞았던 것 같고, 운도 많이 따랐던 것 같아요.” 지난 시즌 후반 수원 재건의 가능성을 보여준 ‘리얼 블루’ 박건하 감독이 새 사령탑에 오른 건 한석종이 이적한지 열흘만이었다. 벼랑 끝까지 몰린 선수들도 모두 다시 시작하는 분위기였다.
새로 시작하려는 수원과 막 제대한 한석종은 너무 잘 맞았다. 팀에서 원하는 역할도 본인이 자신있어 하는 포지션이었다. 한석종은 “감독님이 중심을 잡아줬고, 선수들도 수원 정신을 더 인지하면서 응집력이 생겼다”며 “시너지 효과가 발휘돼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상주 상무(현재는 김천) 제대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한석종에겐 8개 구단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큰 고민 없이 수원을 택했다. 어릴 적부터 수원 삼성의 팬이었고, 프로 선수가 된 이후에는 수원 유니폼을 입는 게 목표가 됐다. “옛날부터 빅클럽인 수원에 대한 동경이 있었어요. 원정 경기 때는 수원 관중들에게 압도되는, 그런 느낌도 받았죠. 수원을 홈 경기장으로 쓰는 상상을 많이 했어요.”
한석종은 원래 한 팀이었다는 듯 수원의 중원을 책임졌다. 같은 포지션이자 ‘룸메이트’이던 박상혁(23)과는 금방 단짝이 됐다. 수원 클럽하우스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같은 방을 배정받았고, ACL 원정도 함께했다. 박상혁은 지난 3일 김천 상무에 합격해 팀을 떠나게 됐다. 한석종은 “항상 같이 챙겨주고 붙어있으면서 도와줬던 친구인데 아쉽기도 하고, 본인으로서는 잘된 것이기도 해서 기분이 반반이다”며 “그래도 한 단계 성장하려면 군대를 빨리 갔다 오는 게 좋다고 이야기해줬다”고 말했다.
한석종에게도 수원은 ‘복덩이’인 듯하다. 한석종은 수원에 들어와 꿈에 그리던 ACL 무대도 밟았고 지난해 12월에는 결혼에 골인했다. 평소 축구를 즐기지 않았던 장인과 장모도 ACL에서의 활약을 보며 기뻐했고, 아내는 눈물까지 흘렸단 얘기를 듣곤 선수로서의 사명감도 커졌다. 올해엔 아빠가 될 예정이라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더 커진다.
그는 수원에서 우승 트로피도 한번 노려볼 참이다. 그는 “하루하루,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결과도 따라오지 않겠냐”며 미소를 지었다. “감독님이 첫 미팅에서 수원은 꼭 우승해야 하는 팀이라고 강조했어요. 저도 수원이 충분히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고, 할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우승권으로 가기에 ‘적합한’ 팀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