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가까이 남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로 초반 선거 레이스를 이끌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011년부터 일곱 번의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뛰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2016년·2020년 국회의원 선거 두 번을 빼면 모두 후보 단일화가 추진됐고, 그 중심에는 늘 안 대표가 있었는데요.
안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도 단일화 이슈를 띄웠죠. 안 대표가 쏘아올린 단일화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여야 '1대 1' 구도가 성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단일화 불씨가 다소 약해지는 듯했는데 이를 되살린 것도 안 대표입니다. 이르면 이달 안으로 금태섭 전 의원과 단일화 하기로 합의했죠.
이렇다 보니 안철수 하면 '단일화'란 단어가 떠오를 정도죠. 안철수가 쏘아 올린 단일화란 공이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선거 관심도도 달랐습니다. 다만 그 성적표는 썩 좋지 않았는데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한 번을 뻬고는 모두 졌는데요.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으로 불발되거나 어렵게 이뤄져도 이후 결과가 좋지 않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도 선거판이 펼쳐지면 안 대표가 단일화 레이스에 뛰어들길 바라는 여론은 10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안 대표의 정치적 매력이 무엇이길래 그동안 주요 선거의 단일화는 '안쏘공(안철수가 쏘아 올린 공)'으로 시작했을까요.
안 대표가 단일화를 띄울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시기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2016년 20대 총선 전후로 나뉩니다. 우선 2016년까지 안 대표는 세 번의 선거에 뛰게 됩니다.
단일화에는 두 번 참여하게 되는데,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12년 대선이 있습니다.
안 대표는 이 두 번의 선거 기간 새로운 정치, 즉 '새정치'의 상징적 존재였죠.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을 끌어안을 새정치를 실현할 리더로 지목됐습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당시 안 대표는 전국 투어로 국민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며 "낡은 정치에 좌절한 대중이 안철수란 상징적 인물에게 기대했고 안 대표가 정치권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는데요.
그러나 안 대표의 상징이었던 새정치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막을 내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하며 새정치를 실현하려고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죠.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 친문재인계와 대립하며 기성 정치인과 다를 것 없는 구태 행보를 보였고, 계파 싸움과 탈당으로 새정치란 단어는 이제 안 대표에게 어울리지 않게 됐죠.
안 대표는 2016년 총선부터 새정치가 아닌 제3지대, 중도 브랜드로 승부를 봤습니다. 전략은 정확히 먹혔죠. 20대 총선 정당 득표율을 보면 안 대표가 만든 국민의당은 26.7%를 차지했는데, 당시 제1야당이자 선거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25.5%)을 앞섰습니다. 20대 국회 초기에는 스윙보터로서 여야 정쟁의 중재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안 대표를 향한 단일화 여론이 있었는데요. 안 대표는 선거 초반에는 반응을 보였지만,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손을 잡지 않겠다고 했죠.
그래도 안 대표는 2017년 대선까지 나름 선전했습니다. 당시 안 대표는 21.4%를 득표했는데, 2위 홍준표 한국당 후보 득표율 24%에 2.6%포인트 뒤지는 데 그쳤죠. 4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온건보수 성향 유권자의 표를 나눠 가졌다는 점도 고려하면 말이죠.
그런데 단일화 단골 손님인 안 대표가 참여하면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고, 결과는 좋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면 10년 동안 실패를 거듭했다고 볼 수 있는데, 그래도 유권자가 안 대표에게 표를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왜 안 대표에게 단일화 요구를 계속할까요.
전문가들은 양당에 표를 주기 싫은 유권자, 제3지대를 바라는 대중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즉 안 대표가 매력적이라 안 대표를 통한 단일화라기보다는 제3지대를 통해 기성 정치를 심판하길 바란다고 볼 수 있죠. 영향력은 미미해도 현재 제3지대를 구축하고 있고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안 대표뿐이기에 안 대표에게 매번 단일화 요구를 바라는 겁니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대표는 "기존 거대 정당 입장에선 단일화는 피하고 싶은 이슈이기에 제3지대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대중은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워낙 커 새로워 보이는 정치인이나 후보에 주목하고 제3지대를 떠올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안 대표가 아니어도 누구나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만 있다면 그 후보를 중심으로 제3지대가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우리나라 선거 구도상 거대 양당 말고 제3지대는 꾸준히 존재해 왔습니다. 안 대표가 단일화로 중도 낙마해 1대 1 대결이 벌어진 2012년 대선이 특이한 사례였죠.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 대표는 "양당을 싫어하는 제3지대는 늘 있기 마련"이라며 "제3후보와 연대하는 쪽이 우위에 서는 건 당연한 것이고, 그게 우리 선거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안 대표가 단 한 번도 거대 양당, 기득권 정당의 리더가 된 적이 없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어요.
주식으로 치면 상장되길 바라는 인기 장외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상일 대표는 "안 대표는 주요 이슈가 있을 때면 주가가 오르는 장외주"라며 "기존 거대 정당이 보여준 정치적 술수와 멀어 보이고 계파 대결에서 자유로운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안 대표의 존재감이 생기는 이유"라고 분석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이후 국민의힘이 좀처럼 국민들에게 과거의 인기를 회복하지 못하는 점도 안 대표가 주목을 받는 이유입니다. 보수 정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으로 돌아가기를 망설이면서 안 대표를 대안으로 선택하는 것이죠.
최 교수는 "안 대표에게는 정체성 문제가 있지만, 보수와 진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중도를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장점"이라며 "반(反) 문재인 성향의 유권자 중 국민의힘을 지지하기 어려운 분들이 중도지대에 있는 안 대표에게 기대를 거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힘이 아직 탄핵 정당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현 정권과 국민의힘 모두 싫어하는 사람들은 안 대표를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안 대표란 인물 자체보다 그가 가진 중도 이미지를 흡수하려는 전략으로 보기도 합니다.
신 교수는 "거대 정당이 중도적 이미지를 포섭하기 위해 단일화 이슈가 늘 불거진다"며 "현재 중도 이미지를 가진 유력 정치인이 안 대표뿐이라 안 대표가 단일화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어 그는 "최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나겠다고 한 것처럼, 특정인을 끌어들여 중도 이미지를 강화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런 기대 속에서도 안 대표의 단일화 성적표가 매번 좋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그렇다면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도 궁금한데요.
전문가들은 확실한 지지 기반이 없다는 점이 안 대표의 한계라고 지적합니다. 새정치 열풍 때처럼 대중을 확 빨아들일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박성민 대표는 "1987년 대선 때 김영삼·김대중 후보 단일화 논의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술적 단일화였다"며 "단일화하는 후보 간 지지층이 겹치지 않고 상대 후보 지지자의 70% 이상이 단일 후보로 이동하는 전략적 단일화가 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안 대표의 단일화는 단일화에 대한 시너지가 적은 전술적 단일화에 그쳤고, 시너지를 높일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입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보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안 대표의 양보 전까지는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친 후보였습니다. 하지만 안 대표 양보 이후 안 대표의 새정치 세력을 끌어안으며 유력 주자로 발돋움하게 됩니다. 박 전 시장의 시민단체 세력, 안 대표의 새정치가 합쳐진 전략적 단일화로 효과가 극대화된 것이죠.
반면 2012년 대선 때는 우여곡절 끝에 문 대통령과 안 대표가 단일화 같지 않은 단일화를 하긴 했는데요. 당시 안 대표는 보수보다 중도진보 성향에 가까웠죠. 문 대통령과 지지기반이 겹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안 대표가 문 대통령의 선거 유세를 돕지 않고 오랜 기간 침묵한 탓에 단일화 효과도 떨어졌죠. 단일화 이후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은 게 오히려 효과를 떨어뜨린 요인이 됐습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구도상 야권의 후보 단일화가 되더라도 전술적 단일화가 될 수밖에 없는데요. 한계를 뛰어넘을 무언가를 보여줘야만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박 대표는 "지금의 안 대표는 지역이나 세력, 정치 이념 등 특정 지지기반이 없다"라며 "중도, 제3지대로 끌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승리를 위해선 더 많은 게 필요한데, 이게 안 대표의 과제"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단일화가 불발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에게 단일 후보 자리를 내주는 순간, 당이 휘청거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돈 전 의원은 3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국회의원 100명이 있는 정당이 어렵게 후보를 만들어서 그냥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뽑겠느냐"며 "정체성 부분에서 많은 갈등이 있는 후보로 (단일화를) 하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제1야당의 자존심도 그렇지만, 그동안 제1야당을 향해 적폐세력이라고 한 안 대표를 제1야당의 간판으로 만들 일은 없다는 말이죠.
이 전 의원은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일화 자체가 한국 정치의 병폐라며 없어져야 할 정치 공학이라는 비판도 했는데요.
그는 "가치를 추구하기보다 상대방 특정 정당과 후보를 반대하기 위해 연대하는 건 정당정치 본질에 어긋난다"며 "(이번 선거도) 단일화로 두 달을 끌고 왔는데 국민이 벌써 피곤해한다"고 꼬집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