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방'은 됐는데 '귀국'은?...이란서 풀려난 선원들 거취 불투명

입력
2021.02.0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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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이란에 억류된 '한국케미호' 선원 중 선장을 제외하고 모두 석방됐지만, 실제 언제까지 몇명이나 귀국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확인됐다. '해양 오염' 혐의로 나포된 만큼 이란측 사법 절차를 기다려야 하고, 이 기간 동안 현실적으로 선박 관리 인원도 잔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한국케미호 선장 억류와 관련해 “이란이 사법 절차가 언제 끝날지에 대한 정보는 주지 않고 있다"면서 "신속·공정한 절차를 통해 가급적 조속히 선박억류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이란은 선박과 선장을 제외한 한국케미호 선원 19명을 억류 해제 한다고 발표했다. 환경 오염 혐의에 대한 사법 당국의 조치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해양오염의 증거도 여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풀려난 19명 가운데 몇명이 당장 귀국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선박이 여전히 억류된 만큼 최소 관리 인원은 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제법상 9,797톤 규모인 ‘한국케미호’를 운항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승무원은 13명이다. 해당 선박 관리사인 ‘타이쿤쉽핑’ 측은 "선박에 대한 억류 해제 등 실질적인 조치가 아닌 이상 말로만 억류가 해제된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 정부가 마치 당장에라도 선원들이 귀국할 수 있는 것처럼 억류 해제를 반기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다. 이란 측 석방 조치에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인 외교부를 향한 불만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 자금(약 70억 달러)이 풀릴 것이란 보다 확실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억류 문제는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다"면서 "다만, 이란 측의 이번 석방 조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실마리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
부산 권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