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재난지원금 '강대강' 충돌… '선 선별 후 보편' 절충안 찾나

입력
2021.02.0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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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재정의 주인은 국민"에 맞서
홍남기 "재정당국 입장 절제된 표현"
당 일각서 사퇴론 제기되지만 거취 문제 비화는 경계
결국 양측 절충안 찾을 것이라는 관측 나와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놓고 당정 간 갈등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민주당이 추진 하려는 '보편+선별' 지원이 4월 전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3일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재정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전일 '공개 반기'든 홍남기 부총리를 압박하는 등 당초 계획을 밀어붙이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홍 부총리 역시 "재정당국의 입장을 절제해 표현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정당 정책 방향에 딴지를 거는 홍 부총리를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청와대 등 여권 내부에서는 경제위기 속 당정 간 갈등이 부각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도 감지돼 양측이 결국 절충안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정, 여전한 강대강 대치


4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당정 간 논의는 아직 시작도 안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추가 지원 강구’ 지시, 이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 연설도 모두 이번 주 이뤄져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나오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정부도 4차 지원금 지급 자체엔 이견이 없다. 3차 지원금 지급을 개시한 이후에도 코로나19 3차 확산이 지속되면서 여전히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영업제한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다만 홍 부총리는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보편지급'에 대해서는 강경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와 이견이 있는 부분인데 국민들에게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봐 재정당국의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과거처럼 '홍두사미' 식으로 뜻을 쉽게 굽히지는 않을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여권도 쉽게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다. 겉으로는 “이견을 좁히겠다”는 말로 당정 간 협의를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 분위기상 3월 중에는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 구체화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늦지 않게 충분한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자고 제안드린다”며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 함께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기 바란다”고 기재부를 재차 압박했다.


4차 재난지원금 향방은...절충안 찾나

당정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약 20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 편성이 4월 전 이뤄질지는 불투명해지고 있다.

여당이 이 방안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경제 사령탑인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로도 연결될 수 있어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다.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일부 참석자가 “홍 부총리가 사퇴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지만, 다른 의원들은 당정 협의를 이어가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위기 속 경제 사령탑의 갑작스러운 교체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역시 부각된 당정 갈등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을 보였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도 이날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우리 정부에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잘 조율 해 1차, 2차, 3차 재난지원금을 지원해 왔다"며 당정 협의를 강조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여권이 자영업자 등에 대한 선별지원을 한 뒤 시차를 두고 보편 지원을 추진하는 절충점을 제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도 전날 교섭단체 연설에서 전국민 지원은 코로나 추이를 살피며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며 "정부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정부가 결국 여당에 백기를 들고 대규모 추경 편성에 동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 부총리가 초반에는 강하게 반대해 왔지만, 결국 뜻을 접었던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가 여당 대표의 국회 연설이 끝나자마자 페이스북에 공개 반박 글을 올리고, 지지지지(知止止止·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란 표현으로 ‘직을 걸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암시해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관측이 관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