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무죄에 '역학조사 범위' 논란 ... "교인 명단 없이 어떻게 추적하나"

입력
2021.02.0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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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 명단을 누락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 교인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아무리 방역이 중요하다 한들 특정 집단의 전체 명단을 일괄적으로 받아내는 건 지나치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급격한 확산세를 막기 위한 추적조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만큼 법을 더 꼼꼼하게 고쳐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3일 대구지법은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천지 대구교회 지파장 A씨 등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에 전체 교인 명단 요구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앞서 수원지법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게 동일한 논리로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가 맞다고 보는 이들은 이번 판결이 법 자체에 충실하다고 봤다. 감염병예방법상 역학조사란 감염병 환자 등을 대상으로 △인적사항 △발병일 및 발병 장소 △감염원인 및 감염경로 등을 조사하는 일이다. 하지만 대구교회 교인 전체가 '감염병 환자 등'은 아닐뿐더러 대구시도 신천지 측에 전체 교인 명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역학조사를 위한 자료 요청'이란 표현을 썼다. 전체 교인 명단 입수가 역학조사의 전 단계라는 걸 대구시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신천지 교회가 기소된 뒤 감염병예방법 일부가 개정돼 정보제공요청을 거부하면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신설되기도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에서 정한 것보다 넓게 해석해 처벌을 강화한다 해서 방역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방역도 중요하지만, 방역의 편의성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명단을 무작위로 제출토록 하는 건 과도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감염병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기계적 판결이란 비판도 나온다. 천주현 변호사는 "준비행위와 본 행위가 하나로 일관되게 연결된 것이 방역체계인데 그걸 딱 잘라 여기까지는 준비행위, 저기서부터는 본 행위라고 구분 짓는 게 더 이상하다"며 "검찰의 증명부족과 재판부의 자의적 해석이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졌으니 대법원까지 가서 제대로 된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 변호사는 "앞으로 감염병은 계속 진화하고 그에 따라 역학조사 방법도 달라질텐데, 역학조사 자체를 이렇게 좁게 해석해버리면 역학조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결론이 어느 쪽이든 이 기회에 감염병예방법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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