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전 세계 공연계가 1년 넘게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가운데 최근 미국 마이애미의 한 프로덕션이 성공적으로 연극 공연을 마무리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해당 공연은 어느새 대세가 돼 버린 온라인 스트리밍이 아닌 배우와 관객이 직접 마주하는 형식으로 진행돼 부활 시동을 거는 전 세계 공연계에 희망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마이애미에 코로나19 봉쇄 조치가 내려진 지난해 3월 이후 공연을 하지 못했던 '마이애미 뉴 드라마' 프로덕션이 '쇼핑몰 쇼윈도 연극'으로 돌파구를 찾았다"며 "마이애미는 팬데믹 중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 곳이 된 셈"이라고 전했다.
NYT가 주목한 작품은 10분짜리 연극 7편을 상연하는 '일곱 가지 대죄' 시리즈다. 지난해 11월 27일 개막해 매일 저녁 두 차례씩 공연됐다. 대부분의 회차가 매진되면서 예정됐던 지난달 3일에서 두 차례 연장 끝에 지난달 31일 종연됐다.
쇼핑몰 쇼윈도를 무대로 삼았고, 관객은 유리 맞은편인 야외에서 헤드셋을 끼고 감상하게 했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1인극이나 2인극 형식을 택했고, 관객은 12명으로 제한했다.
쇼윈도 연극은 미셸 하우스만 마이애미 뉴 드라마 예술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늘 관광객으로 북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한산해진 마이애미 바닷가 번화가를 자전거로 이동하다 텅 빈 쇼핑몰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하우스만은 "쇼윈도 연극에서는 배우들이 관객의 반응을 보면서 연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고 차별점을 밝혔다.
무엇보다 하우스만은 쇼윈도 연극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진 지역 예술가들에게 큰 힘이 됐다는 점에 만족하고 있다.
연극 제작에는 현 상황으로서는 미국에서 가장 높은 연극 제작비인 58만달러가 들었다. 배우·디자이너·무대 제작진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공연 티켓은 60~75달러였다. 모든 제작진에 매주 2회의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요구하는 등 코로나19 규율을 엄격히 적용해 공연 기간 중 코로나19 감염자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하우스만은 "연극은 2,500년 동안 존재해 왔고 지금보다 더 끔찍한 순간에도 이어져 왔다"며 "연극은 매우 큰 형식의 예술이기 때문에 공연장을 사람들로 채우는 일에 매달리기보다 그 바깥 테두리를 계속 탐색할 필요가 있다"고 미 공영방송 PBS에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