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라임 로비 덮어달라 회유"…전직 검찰 수사관 고소

입력
2021.02.03 15:54
참존컨소시엄에 스타모빌리티 인수 주선
"떡값 진술 번복해주면 처벌불원서" 접근
김 전 회장 "현 임원진도 공모"…배임 혐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자산운용(라임) 관련 로비 대상으로 지목했던 전직 검찰 수사관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해당 전직 수사관은 김 전 회장이 라임 관련 수사 무마와 범인 도피 등을 위해 향응과 금품을 제공했다고 옥중편지를 통해 폭로한 인물로, 김 전 회장 측에 로비 수사에서 본인 관련 진술을 번복해달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서울남부지검에 전직 수사관이자 최근까지 부동산개발업체 사내이사로 재직해 온 조모씨와 이강세 대표 등 스타모빌리티 관계자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조씨가 본인과 특수관계인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이 스타모빌리티를 인수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이 대표 등은 충분히 회사가치가 있어 변제할 수 있음에도 사주와 주주 동의 없이 무단으로 회생신청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회장 측은 지난달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이 스타모빌리티 M&A 우선협상대상자로 계약 체결되는 과정에 현 임원진들이 공모하면서 라임 피해자 원금 상환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전 회장 측은 조씨가 지인을 통해 "검찰 관련 비위 의혹 입장을 철회해 수사를 덮어주면, 스타모빌리티를 인수한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으로 하여금 횡령 재판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해주겠다"는 취지로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2019년 초부터 김 전 회장에게 접근해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의 스타모빌리티 M&A를 지속적으로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김 전 회장이 구속되자 조씨가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과 모의해 스타모빌리티 경영권을 넘기고, 본인 비위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조씨는 검찰 수사관 시절부터 참존생활건강컨소시엄 김모 부사장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 측은 지난해 10월 옥중편지에서 조씨를 두고 2019년 7월 라임 미공개 정보이용 사건과 관련해 서울 청담동 소재 룸살롱에서 수차례 접대를 하고, 떡값 및 사건 무마 명목으로 3억 여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조씨의 동료 수사관들이 동원됐으며, 당시 서울남부지검의 신모 차장검사에게 로비가 이뤄졌다고도 했다.

또한 같은해 10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의 알선수뢰 혐의 사건에서도 조씨가 압수수색 및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미리 알려주는 등 대응·도피를 도왔다고 폭로했다. 김 전 회장의 수원여객 횡령 사건과 관련해 윤모 당시 수원지검장의 지인에게 영장 기각 청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로비한 것도 조씨를 통해서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라임 사태 관련 검사 향응·수수 사건 전담팀은 지난해 10월 조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한 차례 불러 조사한 바 있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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