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가치 하락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오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지난달 10개월 만에 감소했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블루 웨이브(미국 상·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한 상태)' 영향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다.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427억3,000만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대비 3억7,000만달러 줄었다.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다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월간 기준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보유액 감소의 가장 큰 배경은 달러 가치 상승이다. 한때 원·달러 환율이 1,080원대까지 떨어지는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이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는데, 달러 강세로 환율이 다시 1,100원대까지 올라가면서 달러 표시 외화자산 환산액이 줄어든 것이다.
달러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 과정에서 재정부양책이 발표되는 등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강세로 전환됐다. 실제 지난달 주요 6개국 통화 대상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는 90.46으로 전월 대비 0.9%나 상승했다.
한은 관계자는 "유로화와 파운드화, 엔화 등 다른 외화 자산을 미 달러화로 환산해 표시하는데, 미 달러화 강세로 다른 외화자산 달러 환산 가치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 가운데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 등을 포함한 유가증권은 4045억7,000만달러(비중 91.4%)로 지난 12월 말에 비해 52억7,000만달러 줄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순위는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세계 9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