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계획에 없었던 공연이다. 첼리스트 박유신(30)은 꼭 2년 전 '러시안 첼로'라는 이름으로 피아니스트 김현정과 듀오 리사이틀을 열었다. 그때만 해도 '러시안 첼로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라는 이름의 공연을 또 열 줄은 몰랐다. 코로나19는 많은 음악인들의 계획을 변주시켰는데, 박유신도 그 중 하나였다. 2일 예술의전당 근처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박유신은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원래 브람스와 슈만 곡을 녹음한 앨범을 내고, 기념공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안 첼로2'는 이렇듯 대안으로 선택한 프로그램이지만 그 면면은 심오하다. 1부는 미야스코프스키의 첼로 소나타 1번과 보로딘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로 꾸려졌다. 일단 작곡가들 자체가 생소한 편이어서 새로운 음악을 개척하는 측면이 강하다. 박유신은 "2년 전 미야스코프스키의 소나타 2번을 켰는데, 그 공연을 계기로 이 작곡가를 좋아하는 관객이 많아졌다"면서 "연주자로서 의미있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2부는 공연의 "엔딩답게" 명곡으로 장식한다. 라흐마니노프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가 주인공.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유일한 첼로 소나타로서, 걸작으로 꼽히는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비슷한 시기(1901년)에 작곡됐다. 박유신은 "피아노 협주곡의 분위기를 첼로 소나타에서도 느낄 수 있을만큼 에너지가 넘친다"면서 "첼로 곡 중 가장 어렵지만, 아껴뒀던 작품"이라고 했다.
여느 현악기 소나타들이 그렇지만, 피아노 반주가 중요하다. 특히 라흐마니노프 작품에서는 반주자 이상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피아노는 러시아 출신의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나선다. 최근 '핫 한' 반주자로 떠오른 그는 출신지 덕분에 그 누구보다 이번 공연에 어울리는 감성을 들려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유신은 "연습 과정에서 서로 어떻게 하자는 얘기가 별로 오가지 않았는데도 호흡이 잘 맞아서 놀랐다"고 했다.
연주자 활동도 활발하지만 박유신은 2019년부터 '어텀 실내악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서 기획 경력도 쌓아가고 있다. 매년 가을 이틀에 걸쳐 열렸던 실내악 축제가 올해부터는 사흘로 확대된다. 박유신은 "작년에 코로나로 무산됐던 해외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을 이번에는 꼭 성사시키고 싶다"고 했다. 11월에는 고향에서 처음 열리는 '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도 데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