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세까지 아동수당 지급과 전국민 상병수당 도입 등 자기 색깔을 듬뿍 담은 중장기 정책 과제를 발표했다.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서 사실상 대선 공약을 선보인 것이다. ‘기본소득’을 앞세운 이재명 경기지사와 본격적인 대선 정책 경쟁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 복지제도로서 ‘국민생활기준 2030’을 제안한다”며 “소득, 주거, 교육, 의료, 돌봄, 환경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국민생활의 최저 기준을 보장하고 적정 기준을 지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신 복지제도의 대표적 정책으로 현재 7세까지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 수급 대상을 18세까지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몸이 아파 쉬어도 생활비를 걱정하지 않도록 전국민 상병수당을 도입하겠다”고도 했다. 상병수당이란, 질병 등 건강 문제로 일할 수 없는 근로자 등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초등학생 등에 대한 ‘온종일 돌봄’ 이용 비율을 40%로 높이고 △시ㆍ군ㆍ구당 공공 노인요양시설을 최소 1곳씩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복지국가 설계 이후 20여 년이 흘렀다”면서 “10년 뒤를 내다보며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에 부응하는 대한민국 복지의 새로운 틀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복지 확대를 위한 재원 대책으로 이 대표는 신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성장을 꼽았다. 그러나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 구상에 대해 “증세 없는 복지는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복지 증세 방안이 필수적으로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달 대표직에서 물러날 예정인 이 대표가 10년 단위의 대형 정책 구상을 밝힌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선 정책 발표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 이 대표와 여권의 대권후보를 놓고 경쟁중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미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등 기본정책을 ‘이재명 브랜드'로 밀고 있다. 이 지사가 ‘사각지대 없는 보편 소득’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 대표는 ‘수요자 맞춤형 적정 복지’로 차별화를 꾀한 격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기존 복지제도의 대체재가 될 수는 없다”면서 “(미국) 알래스카 빼고는 그것을 하는 곳이 없다”고 회의적 평가를 내놨다. 알래스카는 석유를 팔아 생기는 이익 일부를 주민에게 배당하는 기본 소득과 비슷한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다만 이 지사는 이날 이 대표의 신 복지제도 구상 발표 대해 “우리가 마땅히 가야할 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