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선물과 같은 시간에서 한 달이 지났다. 새초롬한 초승달이 보름달로 가득 찼다가 그믐달로 스러지는 동안이 한 달이니, 한 달은 달(月)의 생애다. 음력 첫 달은 정월이다. ‘정월이 크면 이월이 작다’는 말은 좋은 일 다음에는 나쁜 일도 있다는 통찰과 같다. ‘이월에 김칫독 터진다’는 말처럼, 이월 추위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열매 될 꽃은 첫 삼월부터 안다’는 삼월 꽃봉오리를 기대하게 하고, ‘사월 없는 곳에 가서 살면 좋겠다’는 말처럼 사월은 보릿고개의 고달픔을 담는다. ‘유월 장마에 돌도 큰다’라 하니, ‘오월 농부 팔월 신선’과 같이 여름내 수고하며 보람을 기다린다. 그렇게 ‘동짓달’ 기나긴 밤을 지나 마지막 ‘섣달’에 이른다.
영어에서 달 이름은 신이나 역사적 인물을 기린다. June(6월)은 결혼의 신 유노, July(7월)은 율리우스 시저, August(8월)는 아우구스투스가 어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말에서 달의 이름은 그저 이 땅의 삶이다. 동아대 국어문화원은 ‘아름다운 우리말 달력 만들기 공모전’으로 그림 달력을 제작했다. 말무리[言衆]는 해오름달(1월), 시샘달(2월), 물오름달(3월), 잎새달(4월), 푸른달(5월), 누리달(6월), 견우직녀달(7월), 타오름달(8월), 열매달(9월), 하늘연달(10월), 미틈달(11월), 매듭달(12월)을 소재로 작품을 냈다. 이 이름들 속에는 온갖 풍경화며 동화와 동요가 녹아 있다. 시샘달은 여전히 김장독이 터질 정도의 추위로 봄을 경계한다. 그러나 아무리 샘을 내도, 물오름달이 올 것을 시샘달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