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유용한 개인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당신의 사이트 활용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동의해 주세요"(페이스북)
"페이스북이 당신이 다른 앱과 사이트에서 활동한 정보를 추적할 수 있는 권한을 원하는데 동의하나요?"(애플)
이르면 상반기내 애플 '아이폰' 사용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응용 소프트웨어(앱)을 열면 마주하게 될 2개의 '팝업 메시지'다. 겉으론 정중한 표현으로 보이지만 내용에선 양사의 날선 신경전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최대 정보기술(IT) 업체인 애플과 페이스북의 난타전이 점입가경이다. 애플이 사용자들에게 일일이 '표적광고' 허용 여부를 묻는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정책 시행을 예고하면서다. 페이스북은 반독점 소송까지 거론하면서 발끈하고 나섰다. 양사의 공방과는 무관하게 애플의 새 사생활 보안책이 시행될 경우엔 그 동안 광고 기반으로 움직였던 인터넷 환경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뒤따를 전망이다.
양사의 갈등은 지난해 6월 발표된 애플의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정책에서 시작됐다. 애플은 2012년부터 아이폰과 아이패드와 같은 애플 모바일 기기마다 '추적 소프트웨어'를 심어놨다. IDFA(ID For Advertisers)로 불리는데, 페이스북과 같은 앱 개발자가 앱 이용자의 사용 빈도, 방문하는 웹 사이트 등 광고에 필요한 개인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프로그램이다.
물론 개인이 원하면 아이폰 설정 기능에서 이 소프트웨어 구동을 멈출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이를 생략하다 보니, 개인정보 보호 옹호자들은 애플의 이 기능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유럽에선 애플의 IDFA 프로그램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신고도 접수됐다. 이 와중에 애플은 지난해 6월 IDFA를 아예 없애는 대신 모바일 운영체제 'iOS14'부터 별도 팝업창으로 사용자에게 일일이 개인정보 허용 여부를 묻는 방식을 택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의 새 정책 발표에 광고업계는 적잖게 술렁였다. 아이폰 사용자가 한꺼번에 IDFA 추적을 허용하지 않으면, 광고주로선 더는 IDFA를 기반으로 한 광고 솔루션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애플의 새 정책에 수익의 대부분을 광고 플랫폼으로 벌어들이는 페이스북에 직격탄이 날아갈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8월 초만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며 애써 태연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애플의 새 정책 시행시기가 가까워 오자 페이스북은 애플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지난달 중순엔 뉴욕타임즈 등 주요 일간지에 애플을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신문광고를 낸 데 이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애플이 마치 이용자를 위해 새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사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라며 맹폭했다.
애플이 자사의 앱스토어(앱장터)로 독점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는 취지에서다. 예컨대 아이폰에 자사 앱으로 선탑재되는 '아이메시지(iMessage)'와 타사 앱이 동일한 혜택을 받아야 하지만 애플의 새 정책에선 이런 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페이스북의 주장이다.
이에 팀 쿡 애플 CEO는 이튿날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주제로 한 온라인 행사에서 페이스북을 특정하지 않은 채 어떤 기업이 많은 사람이 본다는 이유로 음모이론이나 폭력 선동을 조장하고 있다면 "그 기업은 칭찬받을 자격이 없고 개혁되는 게 마땅하다"고 맞받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두 회사가 조만간 대대적인 팝업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우선 표적 광고가 개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식의 안내문을 띄워 최대한 '사용자 동의'를 얻는다는 전략이지만, 최근 들어 개인정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만큼 페이스북 전략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4분기 1년 전보다 31% 급증한 280억7,000만다럴(31조1,01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 중 대부분이 광고 매출이라 사용자 동의를 얻지 못하면 곧바로 수익은 타격을 입게 된다.
애플의 새 정책이 자리잡을 경우 광고 기반으로 움직인 인터넷 환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은 서비스 이용료를 내지 않고, 앱 개발자는 광고료로 수익을 냈는데, 이런 인터넷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