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된 임성근(58)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 움직임과 관련, 대법원이 "법관 탄핵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권한이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임 부장판사는 "법관 탄핵은 사법부 차원에서도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하고 나섰으나, 대법원은 '신중 모드'를 유지하며 적극적인 의견 표명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과 같은 당의 윤한홍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답변서에 따르면, 대법원은 임 부장판사 탄핵 추진에 대해 "법관에 대한 탄핵 추진 논의가 진행되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 절차의 권한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에 있고, 대법원에서 이에 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대표 발의했다. 탄핵소추안 공동발의에 참여한 범여권 의원들만 161명에 이른다. 탄핵안 의결 정족수(151명)을 훌쩍 뛰어넘은 만큼, 현재로선 탄핵안이 무난히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국회는 헌재에 탄핵 심판을 청구한다. 9명의 헌법재판관 중 6명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인용되고, 임 부장판사는 파면된다. 기존에도 대법관 탄핵안이 두 차례 발의된 적이 있었지만, 부결되거나 표결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으로 재직했던 2015년 재판에 개입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세월호 참사 의혹을 다룬 칼럼을 통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에 개입했던 게 그의 혐의였다.
임 부장판사는 전날 자신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되자,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글을 올려 "내가 '사법농단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의원들의 주장은 1심 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이 일은 제 개인의 일이기도 하지만 사법부 차원에서도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으므로, 사실조사의 선행 없이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탄핵절차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며 부당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