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제사회가 나서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회복시켜달라.”
1일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소식을 들은 로힝야족 지도자 딜 모하메드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문민정부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17년 7,000여명의 동족이 군부에 의해 학살될 때 이를 외면하고 되레 두둔까지 한 수치 고문을 감싼 것이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정부와 군의 계속된 탄압 탓에 현재 100만명이 이웃 방글라데시 난민촌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신들을 내쫓은 수치를 옹호하는 것이 언뜻 모순된 대응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빠른 규탄은 정변의 정점 민 아웅 흘라잉(64) 군 최고사령관을 향한 분노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미얀마 군 최고실력자로 군림 중인 흘라잉은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과 토벌작전을 지시한 최종 설계자였다. 그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제재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로힝야족은 ‘벵갈리 테러리스트’일 뿐”이라며 학살의 당위성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때문에 미얀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다수족 버마 순혈주의자이자 군 신봉자인 흘라잉의 권력 탈취는 로힝야족 입장에선 ‘2017년 대학살’의 재판이 될 수도 있다.
현지에선 권력 유지에 목을 맨 흘라잉이 로힝야족 송환 논의를 전면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치 고문은 그래도 송환 대화를 명맥이나마 유지했지만, 흘라잉은 “테러리스트와 타협은 없다”는 기존 소수민족 탄압 기조를 강화할 게 뻔하다. 실제 로힝야 난민촌이 위치한 방글라데시 정부가 “쿠데타 이후에도 송환 절차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호소했으나, 미얀마 군부는 2일까지도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국제사회도 미얀마 쿠데타에 따른 지정학적 변화와 별개로 로힝야족 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얀마에도 라카인주(州) 수용소에 사실상 감금된 12만명을 포함해 모두 60만명의 로힝야족이 남아있다”며 “이번 사태가 이들의 상황을 악화시킬까 두렵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로힝야 난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이후 바샨차르라는 외딴 섬으로 강제 이주되고 있다. 송환 절차가 완전히 중단되면 또 다시 생존의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