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오후 내부문건인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원문을 전격 공개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북한 원전 건설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자 문건 공개를 통해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앞선 이날 오전 북한 원전 건설과 연관된 의혹 공세를 펴는 야당을 향해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라며 작심 비판하고 나섰다.
산업부는 이날 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ㆍ의결을 거쳐 문건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6쪽짜리 문건과 함께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재판 중인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논란의 종식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 자료 원문을 공개한다”며 “(정부가)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공개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은 지난 2018년 4월 27일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작성됐다. 때문에 야권을 중심으로 남북 정상 간 모종의 거래를 통해 북한에 원전을 극비리에 지어주려 했다는 논란이 확산돼왔다.
산업부가 이날 공개한 문건에는 △북한 내 원전 건설 △비무장지대(DMZ) 건설 △신한울 원전 3ㆍ4호기를 통한 대북 전력 송전 등 3가지 시나리오에 대한 장단점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 첫머리에는 '향후 북한 지역에 원전 건설을 추진할 경우 가능한 대안에 대한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이라고 적었고, 말미에는 '현재 북미간 비핵화 조치의 내용, 수준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현 시점에서 구체적 추진방안 도출에는 한계가 있다'고 명시했다. 산업부는 "남북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를 대비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자료"라며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야당이 제기한 북한 원전 추진 의혹에 대해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를 바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 대통령의 날선 발언은 다분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것이란 해석이다. 지난달 29일 김 위원장은 산업부 공무원들이 만들었다 지운 문건 목록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며 "충격적인 이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터무니없는 마타도어(흑색선전)"라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조기 진화해야 야당의 무차별적인 의혹 공세를 잠재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확산할 경우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맞물려 정치권의 진영대결이 격해지고 국정동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직접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것이다. 산업부가 전날 입장발표에서 “검찰 수사 사안으로 (문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인 이날 공개로 입장을 급선회한 데도 이런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야당은 대통령 발언에도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국민의 궁금증을 '구시대의 유물'로 몰아간 것"이라며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는 구시대의 잔재"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