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탈북해 한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알려진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미국 매체를 통해 처음 입을 열었다. 류 전 대사대리는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금고지기' 역할을 하는 노동당 39호실 수장을 지낸 전일춘의 사위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의원인 전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태영호 공사 등과 함께 최근 북한에서 망명한 중요한 인물들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된다.
류 전 대사대리는 31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한의 핵무기는 정권의 안정성과 직접 연결돼 있다"며 "김 총비서가 핵무기가 생존의 열쇠라고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를 위해 김 총비서가 핵무기 감축 협상에 나설 의향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그는 "미국은 비핵화에서 후퇴할 수 없고, 김정은은 비핵화를 할 수 없다"며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를 위한 전방위적 압박을 함으로써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류 전 대사대리는 2019년 9월 근무지에서 이탈해 가족과 함께 국내에 입국했으며, 현재 사용하고 있는 이름은 한국 도착 후 개명한 이름이다.
그는 탈북 동기에 대해서 "10대 딸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척하며 '엄마 아빠와 함께 자유를 찾자'고 제안했다"며 "딸은 충격을 받았고, 곧 '좋아'라고 답했다. 그게 딸이 말한 전부"라고 회상했다.
그는 "북한 정권은 탈북을 막기 위해 그 가족을 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며 "북한에 83세 노모와 세 명의 형제자매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한 일 때문에 그들이 벌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며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오래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국 정부는 탈북민 등의 한국 거주 여부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류 전 대사대리 국내 정착 여부를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 16개월을 돌이켜 보면 평양에 있는 남은 가족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만이 유일한 후회"라며 "딸을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믿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딸은 무엇보다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하는 점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