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범계 법무부 장관 예방한 윤석열
입력
2021.02.01 13:51
권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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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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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5시 재표결 오르는 尹 탄핵안… 이번엔 '불법 계엄'만 팠다
야권이 12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13일 본회의 보고 후, 14일 오후 5시 재표결에 부친다. 탄핵 사유로는 '불법 계엄 사태'만 담겼다. 1차 탄핵안에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을 비롯해 정권을 겨냥한 각종 비위와 의혹을 총망라했지만, 이번엔 오로지 불법 계엄만 집중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절차를 단축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차원이다. 야6당(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개혁신당)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탄핵소추안을 공동 발의했다. 1차 탄핵안과 마찬가지로 2차 탄핵안에도 '위헌·불법적 계엄 사태'가 핵심 사유로 담겼다. 1차 탄핵안 결론에서 지적했던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이나 이태원 참사, 친일외교, 명태균 의혹 등은 모두 빠졌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이번에는 오로지 위헌·위법 내란에만 초점을 맞췄다"면서 "그것 하나만으로도 탄핵 사유는 차고 넘친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1차 때보다 계엄 사태 관련 법 위반 근거들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계엄령 발표 직후인 4일 발의된 1차 때와 달리, 지난 일주일 사이 국무위원들의 증언과 군 내부 현장 지휘관들의 폭로로 불법으로 점철된 계엄 전후 상황이 보다 또렷하게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오로지 불법 계엄에만 집중한 건 탄핵 심판 절차가 늘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 51조는 '탄핵과 동일한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될 경우 탄핵 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내란 또는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수사가 진행될 경우, 헌재가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탄핵 심판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민주당은 탄핵의 신속성을 최우선으로 보고 다른 혐의를 싹 다 빼고 불법 계엄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탄핵안은 오는 14일 오후 5시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이날 오전만 해도 불법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윤 대통령의 적반하장 담화에 분노해 탄핵안을 즉각 발의해 표결을 앞당겨야 한다는 내부 성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매주 토요일 탄핵 표결 원칙은 그대로 유지됐다. 소추안의 내용상 법률적 미비로 혹여나 발목을 잡히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소추안의 내용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중간에 탄핵 사유를 보강하는 과정에 오히려 시간이 지체되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탄핵 변론에 나서겠다고 벼르는 상황에서 법리 공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의원들이 탄핵안 찬성으로 속속 돌아선 만큼 굳이 서두를 필요 없다는 자신감도 깔렸다. 지난주 1차 탄핵 표결 불참으로 민심 이반을 직면한 여당 의원들이 탄핵 찬성으로 선회하면서, 국회 통과를 위한 매직넘버 8표는 확보했다는 판단이다. 대통령 탄핵안은 야권 의석(192명)보다 많은 200명의 동의가 있어야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다.
트럼프 2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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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타임지 '올해의 인물' 선정... 뉴욕증권거래소 개장 종 울리며 자축"
미국 시사주간 타임의 '올해의 인물'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같은 결과가 나오면 트럼프 당선자는 첫 대선에서 승리했던 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1일(현지시간) 소식통 3명을 인용해 "트럼프가 12일 발표될 예정인 타임 '올해의 인물'로 정해졌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트럼프 당선자가 이를 기념해 12일 오전 뉴욕증권거래소의 개장 종을 울리는 이벤트에 직접 참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CNN방송도 "타임이 트럼프를 '올해의 인물'에 두 번째로 선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타임은 매년 연말 국제사회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나 그룹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의 경우,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미국 대내외 정책에 가져올 격변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CNN은 "타임 '올해의 인물'은 영향력의 성격이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와는 관련 없다"면서도 "이번 선정은 현대 미국 정치를 뒤집을 잠재력이 있는 놀라운 (트럼프의) 귀환 흐름에 정점을 찍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타임은 폴리티코 등의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자 본인도 긍정적 반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타임이 2011년 글로벌 민주화 시위 열풍을 기념해 '시위대(the protesters)'를 선정했을 때나, 2015년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를 선정했을 때 "내가 표지를 장식해야 했다"고 불평했다. 결국 2016년 주인공이 됐을 땐 "큰 영광"이라고 기뻐했다. 실제 선정을 가정하면, 트럼프 당선자의 타임 표지 장식은 세 번째다. 2016년 '올해의 인물' 선정과는 별개로, 그는 지난 7월 대선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뒤 주먹을 불끈 들어 올리는 사진으로, 2024년 8월 5일 자 표지에도 등장했다.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미국인들의 현재 감정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CNN이 미국인 1,011명을 대상으로 지난 5~8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54%가 '트럼프가 향후 국정 운영을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54%가 아주 높은 수치는 아니다. 역대 대통령 중 △조지 W 부시(2001년 취임) 65% △버락 오바마(2009년) 79% △조 바이든(2021년) 66% 등이 받았던 '기대 응답' 비율에 비하면 낮다. 그럼에도 절반을 웃돌았다는 점에서 CNN은 "트럼프가 대중과의 허니문 기간을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이란 전쟁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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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어린이 96% 죽음 임박했다 느껴… 절반은 죽고 싶어 해"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황폐해진 내면을 보여 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가자지구 어린이의 96%가 죽음이 임박했다고 느끼고, 절반은 죽고 싶어 한다는 내용이다.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남긴 사건을 겪은 아동도 10명 중 6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전쟁고아재단(War Child)'은 이날 26쪽 분량 보고서를 통해 '가자지구 어린이의 정신 건강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설문은 △장애가 있거나 △다쳤거나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의 부모 또는 보호자 504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실시됐다. 보호자가 없는 어린이의 경우엔 친척 등 다른 어른을 통해 설문을 진행했다. 보고서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가자지구 어린이의 절대다수가 △죽음이 임박했다고 느꼈고(96%)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며(92%) △비관적 태도를 보인 것(90%)으로 조사됐다. 악몽에 시달린 아동은 79%에 달했고, 무기력증(78%)과 슬픔(77%), 공격적 증상(73%)을 보인 어린이도 10명 중 7명이 넘었다. 60%는 트라우마를 초래하는 사건에 노출됐고, 일부는 이를 여러 차례 겪기까지 했다. '죽고 싶다'는 감정을 느낀 아동은 49%였는데, 이는 여아(26%)보다 남아(72%)에게서 더 많이 나타났다. 가자지구 어린이들은 실제로도 죽음에 내몰리고 있다.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군 공격에 사망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는 최소 1만7,492명이다. 팔레스타인 측 전체 사망자(4만4,805명)의 39%에 이른다. 아동 전문가 대상 심층 인터뷰에서는 전쟁 스트레스와 관련한 어린이들의 불안 증세도 보고됐다. 주로 두통, 복통과 같은 신체 증상이나 공포, 불안, 수면 장애, 악몽 등이었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손가락을 빠는 행동도 관찰됐다. 가디언은 "이번 조사는 올해 6월 실시됐다"며 "어린이들에게 누적된 심리적 영향이 (전쟁이 반년 더 지속된 지금보다) 낮게 평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전쟁고아재단 영국 지부 대표인 헬렌 패틴슨은 "이번 보고서는 가자지구가 세계에서 어린이에게 가장 끔찍한 곳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는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아동 정신 건강의 재앙이 여러 세대에 걸친 트라우마로 자리 잡기 전에,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며 "이 지역(가자지구)은 향후 수십 년간 트라우마의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강, 한국작가 최초 '노벨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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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의미'에 한강 "나의 좌표 파악… 계속 쓰던 대로 쓰겠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강연문을 쓰면서 제 과거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내가 어디쯤 있고 어디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왔는지 '좌표'를 파악하게 됐다. 여태까지도 늘 써 왔는데 앞으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 대로' 쓰려고 한다."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출판사 '나투르 오크 쿨투르'. 한국 언론을 대상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작가는 '노벨문학상이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자신의 작품세계를 천천히 돌아보니 향후 나아갈 길이 더 선명해졌다는 것이다. '나투르 오크 쿨투르'는 한강 작가 작품을 스웨덴어로 출판한 곳이다. 실제로 한강 작가는 강연(7일), 수상 소감(10일) 등에서 자신의 '작품 세계 뿌리'라 할 수 있는 유년 시절의 조각들을 여럿 소개하며, 이를 '지금의 한강'과 연결 지었다. 노벨상 수락 연설 격인 강연을 통해선 1979년 썼다는 시 구절을 읊으며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되고 근원적인 배음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해당 구절은 이렇다. '사랑이란 어디 있을까? / 팔딱팔딱 뛰는 나의 가슴 속에 있지 // 사랑이란 무얼까? / 우리의 가슴과 가슴 사이를 연결해주는 금실이지.' 수상 소감을 통해서는 8세 때 비를 피하려다 다른 사람들도 비를 맞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는데 그때 그들 하나하나에 공감했던 것이 경이로운 경험이었다고 회상하면서 "책을 읽고 쓴 시간을 되돌아보면 저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몇 번이고 되새겼다"고 했다. 수상 소감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말들도 이 자리에서 전했다. '번역가들에 대한 감사'가 대표적이었다. 당초 노벨상 연회에서 발표하려 한 수상 소감은 10분 분량이었는데, 시간 관계상 이를 4분 정도로 대폭 줄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책을 전 세계 독자들에게 소개해 준 번역가들에게 고마움을 표한 부분이 잘려 나갔다며 한강 작가는 "우리는 문장마다, 문장 속에 함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내 작품은) 28개 또는 29개의 언어로 번역됐고, 번역가의 수는 50명 정도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톡홀름에 머무는 동안 인상 깊었던 일도 여럿 소개했다. 11일 스톡홀름 링케뷔에 있는 도서관에서 자신의 책을 읽고 창작시를 쓴 학생과의 만남을 첫 번째로 꼽았다. '애민'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한강 작가의 소설 '내 여자의 열매'(한 여성이 식물로 변하는 내용)를 읽고 썼다는 시를 언급하며 그는 "너무 재미있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의 시 내용은 이렇다. '내가 만약 토마토가 된다면 아주 맛없는 토마토가 될 거야 / 아무도 날 먹지 않게 / 아무도 나를 토마토수프에 넣을 수 없게 나무 꼭대기로 올라갈 거야.' 스웨덴 동화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의 생가를 린드그렌 증손자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본 것도 좋은 기억으로 꼽았다. 한강 작가는 어린 시절 린드그렌의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 감명받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린드그렌 동화를 테마로 한 유니바켄 어린이 박물관을 찾았더니 해당 기관에서 평생 무료 이용권을 줬다며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물이었다"고도 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강 작가는 "'눈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 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 장편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된다고 말씀드렸던 책도 다음에 써야 한다"고 밝혔다. '눈 3부작'의 1·2부는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이다. 한강 작가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것이니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