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공연 시장이 위축되면서 공연계 소식을 다뤘던 잡지들도 변화를 맞았다. 뮤지컬 전문지 '더 뮤지컬'은 무기한 휴간에 들어섰고, 국립극장이 발행하는 월간지 '미르'는 지면 발행을 중단, 온라인 매체로 전환한다. 모두 2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전문지였다.
1일 공연계에 따르면 월간지 '더 뮤지컬'은 지난 12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돌입했다. 뮤지컬 제작사 '클립서비스'가 발행하는 이 잡지는 2000년 7월 창간, 지금까지 모두 207권의 잡지를 만들었다. 기약없는 휴간이라는 결정을 내려야 했던 지난해는 공교롭게도 창간 20주년이었다.
'더 뮤지컬'의 휴간 결정에는 코로나19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창간 멤버로서 지금까지 잡지를 만들어 온 박병성 국장은 "원래도 적자를 보면서 만든 잡지였는데, 뮤지컬 마니아들의 성원으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며 "지난해 공연이 급감하면서 본사(클립서비스)의 수익이 악화되고, 잡지 광고도 줄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아예 폐간은 아니기 때문에 사정이 나아지면 재발간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더 뮤지컬'의 폐간 소식을 접한 뮤지컬인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우 조승우는 자신의 기존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면서까지 '더 뮤지컬'의 마지막 인터뷰에 응하며 표지를 장식했다. 배우 최정원은 "창간호부터 함께했는데 오랜 친구가 떠나는 것처럼 슬프다"고 했고, 홍광호도 이 잡지와 "생애 첫 인터뷰를 했다"면서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겠다"고 전했다.
국립극장의 소식지 '미르'는 12월 호를 끝으로 지면 인쇄를 중단한다. 1977년 4월 '월간 국립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창간한 국립극장의 정기간행물은 '갈채' '국립극장 소식' 등 이름으로 간판을 바꿔가며 발간되다, 2000년부터는 '미르'라는 이름으로 현재까지 제작됐다. '미르'는 '용(龍)'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국립극장 뉴스를 전하는 수준을 넘어, 공연계 전반의 심층 콘텐츠를 전해 온, 상징성과 역사성이 큰 잡지다.
'미르'는 수년 전부터 디지털화를 추진해 왔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2017년부터 독자를 상대로 온라인 제작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90% 이상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고 말했다.
코로나19도 온라인 제작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미르는 통상 매월 5,000부가 인쇄되는데, 이 중 1,200부 가량은 국립극장을 방문한 관객들에게 제공된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공연장 문이 닫히다 보니 관객에게 배포됐어야 할 1,000부가 넘는 잡지가 고스란히 폐기 처분됐다. '미르'의 인쇄비용은 전체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르'는 대신 올해 5월 무렵 온라인을 통해 콘텐츠 제공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인 국립극장의 '해오름극장'이 개관하는 6월 이전에 새단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립극장 관계자는 "콘텐츠 내용 측면에서 큰 변화는 없지만, 새로운 기획들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