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베테랑 최진수 “기존 농구 다 고치며 새롭게 배워요”

입력
2021.02.02 18:00
19면
30대에도 포지션 변신중
“코트 자주 누빌 수 있어 즐겁다”


“공격과 수비 모두를 뜯어 고치며 농구를 새롭게 배우고 있지만 너무 재미있다.”

남자프로농구의 베테랑 최진수(31ㆍ울산 현대모비스)가 환골탈태했다. 그간 맡아온 파워포워드뿐만 아니라 스몰포워드로 역할을 확대하면서 신인 선수처럼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있다.

최진수는 2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힘들더라도 변신을 하면 보다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지금까지 해온 공격, 수비 모두를 뜯어 고치며 아주 재미있게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최진수는 지난해 12월 3일 고양 오리온에서 현대모비스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현대모비스에는 장재석(29), 함지훈(36), 숀롱(28) 등 든든한 빅맨이 자리잡고 있는데다, 김상규(31)가 전주 KCC로 떠나면서 스몰포워드가 약해진 상황이다.

최진수는 신인 시절부터 큰 키(203㎝)에도 기동력과 슛이 좋아 슈팅가드 역할까지 소화 가능했기에 이번 변신을 두고 “제 옷을 입은 것 마냥 어울리는 포지션”이라는 평가가 많다. 그는 “어려서부터 스몰포워드를 좋아했고 플레이가 가장 잘 맞다고 봤다”면서도 “프로 데뷔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는 2m가 넘는 선수는 빅맨을 봐야 했다. 그렇다 보니 플레이를 바꿔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고, 장점도 제대로 발휘 못한 듯하다”고 돌아봤다.

최진수는 일단 바뀐 포지션에 무난한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평균 출전시간만 보더라도 오리온에서보다 약 10분 늘어난 24분 27초를 기록하고 있고, 공격에서도 장신 포스트를 이용한 스크린 플레이를 통해 득점을 뽑아내는 픽앤롤 등을 활용하며 중거리슛 비중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26일 부산 KT전에서는 경기 막판까지 팽팽한 상황에서 종료 1분 5초를 남기고 쐐기를 박는 3점슛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최진수는 “감독, 코치님께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많이 가르쳐주고 계신다"면서 "잘 되는 날도, 때론 어려운 날도 있지만 농구가 어릴 때처럼 다시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KT와의 경기에서 수비가 빛났다. 자신보다 약 20㎝ 작은 포인트가드 허훈(25ㆍ부산 KT)을 전담하며 꽁꽁 묶었다. 최진수는 이미 이대성(30ㆍ오리온) 김시래(31ㆍ창원 LG) 두경민(29ㆍ원주 DB) 등 득점력 높은 가드들을 차례로 막아내며 팀이 단독 2위로 오르는데 힘을 보탰다. 최진수는 “매 경기 평균적으로 따지면 기복도 있고, 당황할 때도 있지만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든다”며 “좀더 상대 공격수들을 압박하는 수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KBL리그의 간판 선수인 그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 변신을 택한 이유는 뭘까. 최진수는 “크고 작은 부상을 자주 겪다 보니 재활도 그 만큼 많이 했다”면서 “선수란 코트 위에서 뛸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재활 과정에서 깨달았다. 아직 어깨 등 몸 상태가 완벽하진 않지만, 코트를 즐겁게 누빌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 슈팅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스몰포워드는 서서 쏘는 슛이 아닌 움직이며 수비를 따돌리고 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확실한 슛 기준을 잡도록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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