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계속 선긋기'냐 '후보 단일화 조기 성사'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 국민의힘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급할 게 없다'고 여유를 부리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를 한달 앞둔 3월 초 단일화’를 고수한다. 그러나 3월까지 기다리기엔 여론이 심상치 않다. 지난 연말 안 대표의 서울시장 깜짝 출마 선언으로 안 대표와 국민의힘 지지율이 잠시 동반 상승세를 탔으나, 이내 꺾이는 추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의 경쟁이 달아오르는 것도 악재다.
국민의힘과 안 대표 모두 '반전의 계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 추진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31일 "설 연휴 전후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예비 후보 8명 중 본경선에 참여할 4명은 2월 5일 결정된다. 설 연휴(2월 11~14일) 이후엔 4명을 중심으로 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안 대표가 설 전에 결단하지 않으면 자기 자리를 영영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민의힘 주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설 연휴 이후엔 우리 후보 4명이 '1대 1 무제한 스탠딩 토론회'를 하기 때문에 안 대표를 합류시킬 공간이 아예 닫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 쪽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국민의힘 본경선 단계에서 안 대표가 합류하는 게 최선이긴 하다"며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조만간 시작한다는 단일화 논의 진행 상황을 지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다시 불붙는 건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가 관심을 끌어 모아 지지율이 순간적으로 반등하는 현상)를 도모하기 위해서다. 국민의힘에선 '거물급 스타'인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등장에도 컨벤션 효과가 그다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국민의힘 서울시장 대진표가 결정된 1월 2주(12~14일)부터 1월 4주(26~28일)조사까지 서울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3%로 제자리걸음이었다. 같은 기간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 22%에서 18%로 오히려 내려앉았다.
안 대표의 고민도 마찬가지다. 출마 선언 이슈가 처음 반영된 1월 1주(5~7일) 한국갤럽 조사에선 서울 지역 국민의당 지지율은 9%였다. 직전 조사(4%)의 2배 이상이었지만, 최근 다시 4%대로 하락했다.
후보 단일화 방식의 결정권을 쥔 김종인 위원장은 31일 "우리 당이 경선을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수 없다"며 거듭 문을 닫아 걸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이제라도 입당해 후보 단일화를 조기에 마치자'고 요구하지만,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자체 조사를 해봤더니 입당에 반대하는 지지자가 더 많았다"고 했다.
이에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들고 나온 '단계적 후보 단일화'가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 전 의원은 31일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면서 안 대표에게 ‘토론을 통한 1대1 경선’을 요구했다. '비(非) 국민의힘 주자'인 두 사람이 국민의힘 밖에서 1차 경쟁을 한 뒤 그 승자가 국민의힘 후보와 최종 단일화를 시도하자는 게 금 전 의원이 제안한 시나리오다.
안 대표의 측근은 "금 전 의원의 제안도 흥미로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 전 의원과 경선을 통해 '컨벤션 효과'를 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취지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