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파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이럴 때 조심해야 할 사람 중의 하나가 고혈압 환자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1도 내려가면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은 1.3㎜Hg 상승한다. 특히 11~1월은 혈압이 여름보다 더 높아진다.
고혈압 환자가 2015년 567만9,139명에서 2019년 651만2,197명으로 최근 5년 새 14.6%나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처럼 고혈압 환자는 계속 늘고 있지만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20~30대 젊은 고혈압 환자의 증가세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4명 중 1명꼴로 고혈압 환자다. 하지만 해당 질환을 관리하는 수준을 나타내는 인지율ㆍ치료율ㆍ조절률은 각각 66%, 62%, 45% 정도에 그쳤다.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조용한 질환이기에 자연스레 질환에 대한 인지율ㆍ치료율ㆍ조절률이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라며 “최근 젊은 연령층에서도 고혈압 환자가 꾸준히 늘어 정기 검진으로 고혈압을 발견하고 그에 따른 합병증 예방이 중요해졌다”고 했다.
고혈압은 뇌졸중ㆍ심근경색ㆍ울혈성 심부전ㆍ콩팥병ㆍ말초혈관 질환 같은 심혈관 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이다. 혈압이 상승할수록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급증한다. 특히 요즘 같은 추운 날씨에는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 뇌출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9가지 생활 수칙’에 따르면 담배는 반드시 끊고 술은 하루 한두 잔 이하로 줄이며, 음식은 싱겁게 골고루 먹도록 해야 한다. 또한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며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생활을 해야 한다. 나아가 고혈압ㆍ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을 앓고 있다면 꾸준히 치료하는 생활습관을 길러야 한다. 추위에 바깥에서 운동하는 것은 혈압을 올리게 하지만 따뜻한 실내에서라도 운동을 빼먹지 않는 것이 좋다.
필요 시 저용량 아스피린과 같은 의약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용량 아스피린은 심혈관 질환을 경험한 적 없는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허혈성 심장 질환의 가족력ㆍ고혈압ㆍ고콜레스테롤혈증ㆍ비만ㆍ당뇨병 등 복합적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에서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1차 예방 효과’와 이미 심혈관 질환을 경험한 환자에서 혈전 생성 억제를 통해 심근경색ㆍ뇌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재발과 이와 관련된 사망을 예방하는 ‘2차 예방 효과’도 있다.
정욱진 교수는 “전문의 진료를 받아 본인이 현재 앓고 있는 고혈압이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은 고위험군이라고 진단되면 저용량 아스피린과 같은 약물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면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용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빠뜨리지 않고 매일 복용하기 위해 주변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