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한국일보와 화상(줌·Zoom)으로 만난 린제이 마셜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 과학 고문은 최근 본보가 단독 보도했던 '개의 눈 적출 후 인공 눈을 넣은 충북대 연구팀의 동물실험 윤리 문제' 기사(1월 22일)를 접한 후 이같이 말했다. 마셜 고문은 영국 애스턴대에서 인체 기도의 세포모델을 개발한 면역학자이면서 동시에 국제동물보호단체 HSI 과학 고문으로 일하며 동물대체시험 확산을 위해 힘쓰는 전문가이다.
마셜 고문은 멀쩡한 개(비글)의 눈을 잔혹하게 적출하는 식으로 동물실험을 한 충북대 연구팀과 관련해 인터뷰 동안 네차례나 "부끄러운 일"이라 강조하면서 "꼭 (실험)해야 할 과학적 가치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려동물에 3D프린팅 재료를 활용한 인공 눈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연구 목적 자체와 설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인체용 의안개발 등 연구의 확장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체에 적합한지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 있다면 이 실험으로는 답을 얻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마셜 고문은 충북대 연구팀 해당 논문을 게재했던 저널(플로스원)이 윤리적 우려를 표명했지만,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강조했다. "실험이 진행된 후 연구 결과가 나온 상태에서 문제 제기를 해봤자 이미 개는 안락사를 당한 뒤"라는 것이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도 눈 이식 후 붓기나 염증 등 측정은 동물실험이 아니라 세포실험으로도 가능하다"며 "대체시험법이 있는데도 (살아있는) 개를 동원했다는 건 용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연구자가 반려견에게 실험할 수 없어 실험견을 사용했다고 주장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반려견이나 실험견이나 통증을 느끼는 건 똑같다"며 "실험견을 동원하기 전 대체시험법은커녕 재료가 안전한지 등을 테스트해보지도 않은 건 큰 잘못이다"라고 재차 비판했다. "(눈이 적출된)개들은 세살이 되기 전 죽었다"라며 "실험 후 입양보내 잘 사는 사례도 많은데 굳이 안락사를 시킨 것도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정부가 동물실험을 승인하는 영국이라면 이런 실험이 가능했을까. 마셜 고문은 "이번 실험은 과학적 가치가 없고 연구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에 영국이라면 승인 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불필요한 동물실험이 자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자뿐 아니라 연구지원 단체, 저널도 윤리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마셜 고문은 "한국에서도 대체시험의 개발과 이용, 보급을 촉진하는 법이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연구자, 지원단체, 저널의 윤리교육을 강화하는 것과 더불어 관련 법도 함께 바뀌어야 동물실험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