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2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현재까지 2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전날 환자의 보호자가 코로나19로 확진돼 전 직원과 환자, 보호자를 대상으로 전수검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IM선교회발(發) 집단감염에 이어 병원과 유치원, 직장, 지인 모임, 항만, 태권도장 등 전국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소규모 감염까지 잇따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결국 정부는 다음 달부터 적용할 거리두기 단계와 방역 조치 조정 방안을 이틀 늦춰 31일 발표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정확한 판단을 위해 현행 거리두기 단계 종료일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최대한 결정을 늦추겠다는 의도다. 방역 방침에 큰 변화가 생길 경우 자영업자들이 대응할 시간이 부족해 적지 않은 혼란이 발생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29일 "2월1일 이후 거리두기 조정안 등은 3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오후 4시30분 브리핑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1일은 현행 거리두기 단계가 적용되는 마지막 날이다. 당장 다음날부터 실생활에 적용될 방역 방침을 전날 오후에야 발표한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그만큼 상황 판단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이번에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시적인 증가 추이에 불과한 것인지, 감소세가 다시 증가세로 전환된 것인지 변화의 초기라 판단이 굉장히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하루하루 환자 발생 상황의 변동이 상당히 중요한 분석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금요일(29일)에 발표하지 않고 일요일(31일)까지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열린 중대본 회의에서 "설 연휴를 앞두고 잘못된 판단을 내린다면 국민 여러분의 인내와 참여로 힘겹게 쌓은 방역 둑을 허물어뜨릴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며 "확진자 수가 이번 주 들어 다시 늘고 있는 것이 IM선교회발 집단감염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재유행 전조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말했다.
29일 0시 기준 최근 3일간 국내 발생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7일 516명, 28일 479명, 29일 445명이다.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며 300명대로 내려갔던 일주일간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종교 관련 시설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며 이날 기준 421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주 평균 일일 확진자가 400~500명 이상이면 현행 거리두기 체계에선 2.5단계에 해당한다.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6곳에선 총 355명이 확진돼 하루 사이 15명이 늘었고, 충북 충주시와 전북 김제시 닭고기 가공업체 관련 누적 확진자는 46명, 서울 강남구 직장 관련 44명, 경북 안동시 태권도장 관련은 45명으로 증가했다. 전남 화순군 면사무소 관련 누적 확진자는 16명, 인천 연수구 가족 및 지인 모임 관련은 28명이 됐다.
일일 확진자 수가 300명대일 때만 해도 2월엔 거리두기가 완화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왔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방역당국이 단계 하향을 결정하기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자영업자 등 현장에서 혼란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거리두기와 방역수칙 변경은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적절한 조치를 준비하도록 시간을 두기 위해 보통 이틀이나 사흘 전에 발표돼 왔지만, 이번에는 반나절 전에 개편안이 확정되기 때문이다. 손 반장은 "일요일에 단계 조정안을 발표하면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현 상황 자체가 상당히 중요한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