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목표는 항체 형성을 통한 ‘집단 면역’이다. 그런데 아직 백신을 맞지도 않은 인도 일부 지역에서 항체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이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지만 유독 중국의 시선은 다르다. 과학적 분석에 앞서 “인도가 코로나19 감염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깎아 내리는데 혈안이다. 국경 분쟁과 중국산 보이콧으로 대립하는 양국의 불편한 관계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PTI통신 등 인도 매체들은 26일 “뉴델리의 한 지구에서 2만5,000명 대상으로 혈청 검사 결과 주민 50~60%가 코로나19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뉴델리 주민의 항체 형성비율은 7월 23.0%, 8월 29.1%, 9월 25.1%, 10월 25.5%로 20%대를 유지하다가 갑자기 수치가 훌쩍 높아졌다. 뉴델리 전체로 확대 적용하면, 전체 인구 2,000만명 가운데 절반인 1,000만명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셈이다. 뉴델리 당국이 공식 발표한 누적 확진자 63만여명보다 15배 이상 많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난해 11월 하루 8,500명을 넘어섰던 뉴델리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최근 200명 아래로 뚝 떨어졌다. 진둥옌(金冬雁) 홍콩대 생명과학원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을 통해 자연적으로 집단 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백신 접종이 함께 이뤄진다면 뉴델리가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지 않을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 매체와 전문가들의 평가는 정반대다. 펑둬자(封多佳) 중국 백신산업협회장은 29일 “감염을 통해 면역력이 생길 수도 있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여전히 감염 위험이 높고, 다른 사람에게 병을 옮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자연 면역으로 코로나19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신 중국은 “집단 면역은 병원체에 노출되는 것이 아닌 백신 접종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침을 강조하고 있다. 춘제(중국의 설) 연휴 전 5,000만명 접종을 목표로 내건 중국은 현재까지 2,276만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상태다. 따라서 인도의 항체 형성 소식이 달가울 리 없다. 특히 인도는 주변국에 2,000만회분의 백신을 무상 공급하며 남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어 중국에겐 눈엣가시나 다름없다. 인도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세계 최대 백신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오히려 뉴델리의 높은 항체비율은 인도가 코로나19 환자를 제대로 발견하고 치료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게 중국 주장이다. 환구시보는 “이런 상황에서 국경이 개방된다면 인도에서 시작된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최초로 집단 발병할 당시 우한 주민의 항체 형성비율은 4.43%, 그외 후베이 지역은 0.44%에 그친 점을 강조했다. 중국은 도시 봉쇄와 전수 검사로 철저하게 방역에 나섰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