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인 투자자 집단인 월스트리트베츠(WSB)의 선택을 받아 주가가 급상승한 게임스톱 등 일부 종목이 2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급락했다. 원인은 로빈후드 등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주식거래 중개자가 위험 관리를 위해 거래를 제한했기 때문인데, 개인 투자자와 기관 간 불균형을 유발한다는 등 비판도 거세다.
이날 CNBC 등에 따르면, 로빈후드는 "최근 변동성 관점에서 특정 주식의 거래는 포지션을 닫는 것만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게임스톱과 AMC엔터테인먼트, 블랙베리, 베드배스앤드비욘드 등이 거래 제한 종목으로 묶였다. 모두 WSB 이용자들이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공매도 전쟁' 종목이다.
로빈후드 외에 인터랙티브브로커, 위불 등도 게임스톱과 AMC의 신규 구매를 제한했다. 지나치게 심한 변동성으로부터 시장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제한되자 게임스톱 주가는 이날 44.29% 떨어진 채로 마감했다. 블랙베리는 41.63%, 베드배스앤드비욘드는 36.4%, AMC엔터테인먼트는 56.63% 폭락했다. 이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등 증시 대표지수가 1%가량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WSB 등을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은 격하게 반발했고,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헤지펀드가 자유롭게 주식을 거래하는 동안 소매 투자자들의 주식 구매가 막혔는데 이를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OC의 트윗에 극보수 성향인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지지를 보내면서 환호했다. "로빈후드가 정치 대통합을 이뤘다"는 농담마저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로빈후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29일 시장에서 일부 급등주에 대한 제한적인 매입 주문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월가 시장조성자 등 외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부과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위험 관리 의무에 따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로빈후드는 "이번 주 시장의 비정상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는 오늘 특정 증권에 대한 매수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기로 힘든 결정을 내렸다"며 "중개 회사로서 우리는 SEC가 정한 순자본 의무 등 많은 재정적 요구 사항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로빈후드가 게임스톱 등의 거래를 제한적으로 재개하겠다고 밝히기만 했음에도 게임스톱 주가는 시간외 시장에서 다시 30% 이상 급등해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