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과정에서 허위 주장을 펼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해도, 사실과는 다르지 않은 증거를 제시했을 땐 ‘증거위조죄’를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증거위조ㆍ위조증거사용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씨의 상고심에서 원심의 징역 10월 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전주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2018년 6월 A씨는 의뢰인인 B씨의 항소심 도중, B씨가 한 업체에서 부정하게 받은 현금을 모두 변제했다는 거짓 주장을 하고자 임의로 입금확인증을 만든 뒤, 이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당시 B씨는 시설 공사와 관련, 공무원 청탁 명목으로 한 업체에서 3억5,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 A씨는 수감 중인 B씨에게 “업체에서 받은 돈을 모두 돌려줬다고 하면 감형이 가능하다”며 증거 조작을 조언하기도 했다.
B씨 지인들은 A씨 조언에 따라 업체에 3,000만~7,000만원씩 입금하는 방법으로, 총 3억5,000만원짜리 송금 영수증을 만들었다. 하지만 A씨는 업체로부터 이 돈을 다시 돌려받았다. 실질적으로 B씨가 업체에 보낸 돈은 0원이었으나, 어쨌든 ‘3억5,000만원 변제’ 주장을 위한 공식 서류, 곧 ‘물증’은 만들어진 셈이다.
A씨는 B씨 측이 만든 영수증 등과 함께 ‘감형’을 요청하는 내용의 변론 요지서를 법원에 냈다. 그 결과, B씨는 항소심에서 형량이 6개월 줄어든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후 증거위조 혐의로 기소돼 1ㆍ2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월이 선고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감형을 위한 증거도 유무죄를 위해 제시되는 증거와 같이 증거위조죄 대상에는 해당된다”면서도 “A씨의 송금 자료 자체엔 허위가 없는 만큼 ‘위조’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그 결과, A씨의 위조증거사용 혐의도 무죄로 판단됐다. 대법원은 “A씨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이런 행위를 처벌하는 별도 구성요건이 없는 한 증거위조의 의미를 확장 해석하는 건 죄형법정주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