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1인당 국민소득으로 세계 140위권이지만 의외로 제약 강국이다. 세계 에이즈 치료제의 절반 이상을 인도에서 만들어낸다. 특허 풀린 복제약인 제네릭 의약품 세계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해 물량 기준으로 세계 3위다. 백신 제조와 수출은 더 활발해 세계 시장의 60%가 인도산이다. 자국의 저소득층이 의약품 구매를 쉽게 하도록 해외 신약 특허 인정의 문턱을 높여 특허료를 지불하고, 만들어야 할 약품을 국내에서 오랫동안 합법적으로 생산해 축적한 기술력과 저렴한 생산 비용 덕분이다.
□자칭타칭 '세계의 약국' 인도가 지난 16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라이선스 계약해 '세럼 인스티튜트 오브 인디아'에서 생산한 백신과 자국 기업 '바라트 바이오테크' 가 자체 개발한 백신을 이용한다. 7월까지 3억명의 접종 계획을 밝힌 인도는 이 백신을 주변국에 대부분 무상으로 나눠주는 계획도 발표했다. 부탄, 몰디브, 방글라데시, 네팔, 아프가니스탄, 스리랑카 등 전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남아시아 국가는 물론, 아프리카 모로코, 모리셔스, 세이셸도 포함된다.
□백신 제공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적극적이다. 안전성은 미심쩍지만 서구 각국이 쟁탈전을 불사하듯 이기적으로 싸우는 모습보다 보기는 낫다. 최근까지 전 세계에 접종된 코로나 백신 물량이 7,000만회분을 넘는데 이 중 70%를 미국, 중국, 영국, 이스라엘이 차지한다. 미국은 트럼프 정권에서 이미 자국 우선 원칙을 노골화했고, 영국과 유럽연합(EU)도 백신 공급 문제로 다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개탄한 지 오래다.
□그렇다고 중국이나 인도라고 선의만 가득한 건 아니다. 국경 분쟁에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남아시아 패권을 위협받는 인도는 백신 공급으로 이를 되받아치고 있다. 인도는 비용 문제로 중국이 포기한 방글라데시에 백신 200만회분을 공급한다. 중국도 이에 질세라 인도의 숙적 파키스탄에 50만회분의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다. 전쟁은 무기를 사용하는 외교이고, 외교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쟁이라면 백신 외교도 일종의 전쟁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