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위협·기술 절도·불공정 무역… 美, '낙인 찍기'로 전방위 대중 공세

입력
2021.01.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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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서 따돌리려는 의도인 듯
다만 "기후변화는 협력 의제" 강조

출범 초기부터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전방위 공세를 펴고 있다. 안보 위협, 기술 절취, 불공정 무역 등 분야를 막론한 ‘낙인 찍기’ 방식이다. 국제사회의 지지와 동맹국 결속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 화웨이 등 신뢰할 수 없는 공급 업체들이 만든 통신 장비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네트워크 보호를 위해 동맹과 협력하겠다”고도 했다. 미 동맹의 정보를 빼내려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실상 적국으로 중국을 규정한 것이다.

바이든 백악관의 화웨이 때리기는 파상적이다. 25일에도 사키 대변인은 중국 소셜미디어 앱 틱톡과 함께 화웨이를 거론하며 “지금껏 중국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식 재산을 훔치고 산업 스파이 활동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백악관뿐 아니다. 19일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 이어 26일 지나 러만도 상무장관 지명자가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해 대중 강경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이들이 문제삼은 건 “불공정한 중국의 무역 관행”이었다.

이는 일단 기조가 적대라는 면에서 모양새는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중국을 일대일로 상대하는 대신 국제사회 및 동맹국과 함께 포위하고 따돌리려 한다는 점에서다.

실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지명자는 27일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은 전략적 적수”라며 자신이 인준을 받을 경우 무엇보다 먼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밀어내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에 관한 우려가 있는 어떤 이슈라도 미국의 목소리가 분명히 들리게 하겠다고도 했다. 다만 갈등을 조장하는 게 아니라 중국이 행동을 바꾸도록 권장하는 게 미국의 의도라고 덧붙였다.

일본과의 첫 정상 통화에서는 미일 동맹의 중요성이 확인됐다는 게 양국 정부 공통 전언이다. 일본ㆍ중국 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가쿠(尖閣ㆍ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가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를 규정한 미일안보조약 제5조 적용 대상이라는 점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28일(미국시간 27일) 통화 직후 밝혔다.

스가 총리에 따르면 일본과 미국, 호주, 인도 간 협력을 추가 증진하는 데에도 두 정상이 합의했는데, 이들 4개국은 인도ㆍ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미국이 꾸린 ‘쿼드’(Quadㆍ4각 협의체) 참여국들이다. 직접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불편해할 만한 의제들이 논의되고 공표된 것이다.

이렇게 바이든 정부가 일찌감치 중국을 압박하고 나선 건 그만큼 대중 관계의 중요성을 의식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7일 취임 뒤 첫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미중 관계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로 보고 있으며 그 관계는 적대적이고 경쟁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협력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는 건 아니다. 블링컨 장관은 기후 협력 같은 이슈에서는 중국과 협력하는 게 미국의 이익이라고 했고, 같은 날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한 존 케리 기후특사도 미중 사이의 어떤 이슈도 결코 기후 문제와는 거래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권경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