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째 상경 투쟁 중인 인도 농민들의 진짜 불만, '힌두 민족주의'

입력
2021.01.28 20:30
N면
모디 정부, 농산물 유통시장 민간 개방 추진
2개월 넘게 뉴델리서 상경 시위... 폭력 격화
힌두교 편향 정책 현 정부 향한 불만도 한 몫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농업 개혁법’이 결국 거대한 역풍을 불렀다. 수도 뉴델리가 분노한 농민들의 함성에 뚫렸다. 생존권 사수를 위한 투쟁이지만 모디 총리의 종교 편향 정책이 성난 농심(農心)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26일(현지시간) 1950년 헌법 제정을 기념하는 ‘공화국의 날’을 맞아 수천 명의 인도 농민들이 뉴델리에 진입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뉴델리의 상징 격인 17세기 건축물 ‘레드 포트’가 점렴되는 등 시위는 과격 양상이 뚜렷했다. 경찰과 농민들 사이에 돌과 최루탄이 오가면서 사상자가 속출해 1명이 숨지고 390여명이 다쳤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또 최소 69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농민들의 상경 투쟁은 지난해 9월 의회를 통과한 농업 개혁법 때문이다. 농민들은 농산물 유통시장을 민간에 개방하는 내용이 담긴 개혁법에 반대해 지난해 11월부터 뉴델리 외곽에서 ‘숙박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농산물 최저가격제’ 붕괴에 특히 화가 나 있다. 선진국과 비교해 농업 생산성은 크게 떨어지는데, 새 제도 도입으로 최저가격제마저 없어진다면 생계 기반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 실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5년 전 유사한 법을 통과시킨 북부 비하르주(州)의 경우 정부 유통 인프라가 궤멸돼 농산물 가격은 더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법 시행을 18개월 동안 미루겠다고 물러섰지만 농민들은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농민들의 불만은 궁극적으로 모디 총리의 집권 기반 ‘힌두 민족주의’를 향하고 있다. 모디 총리가 인도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만 우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의미다. AP는 “농민 시위대 사이에서 시크교 상징 깃발이 등장하는 등 힌두 민족주의에 대한 적대감이 상당하다”고 분석했다. 인도 정치 평론가인 아티 제라스는 “모디 정부가 무슬림과 시크교 등 소수종교 공동체를 소외시키면서 내부 분열을 자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위대는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폭력 수위가 높아지면 자칫 민심이 돌아설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도부는 내주 모디 총리의 의회 연설에 맞춰 예정된 국회의사당 앞 집회를 단식 시위로 전환하기로 했다. “폭력을 추종하는 일부 극단주의 시위대를 달래는 것도 지도부의 과제”라고 통신은 전했다.

김진욱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