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G7 진입

입력
2021.01.27 18:00
26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19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만1,000달러 중반 수준으로, 전년 3만2,115달러에 비해 500~1,000달러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추정치대로 확정되면 2년 연속 감소한 셈이 된다. 글로벌 불황에 덮친 코로나19 여파로 작년 GDP 성장률이 -1%로 쪼그라든 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래도 우리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일단 ‘선방’한 것만은 맞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경제 규모 10위권 내 선진국이 -3%에서 -10%의 역성장이 예상되는 데 비하면 역성장 폭이 훨씬 적었다”고 평가했다. 성장률 선방은 국민소득 순위 상승 기대로도 이어진다. 특히 G7 국가의 하나인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주요 수입원인 관광업이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성장률이 -9%까지 추락하고 1인당 GNI도 우리보다 낮아져 국민소득만으로는 우리나라가 G7 반열에 오르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 싱가포르 같은 나라도 있는데, 이탈리아를 추월하는 게 뭐 대단하냐고 할 수 있다. 또 엇비슷한 수치에서는 환율 변동만으로도 금새 엎치락뒤치락이 일어날 수도 있다. 1인당 GNI라는 게 평균치에 불과해, 소득 양극화를 감안하면 실제 국민이 체감하는 소득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G7이 어딘가. 1997년 국가 부도로 곧 거꾸러질 듯했던 나라가 온갖 내우외환의 소용돌이를 거치면서도 번영의 궤도를 이어왔다는 게 뿌듯하지 않을 수 없다.

▦ 하지만 번영은 자칫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십상이다. 1910년대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며 실질임금이 영국의 95%까지 근접했던 아르헨티나의 전락도 순식간이었다. 번영을 진전시키는 길은 두 가지다. 번영을 골고루 나누는 일과, 성장동력을 끝없이 개발해 미래의 번영을 일구는 일이다. 현 정부는 성과를 내지 못해 그렇지 분배정책에는 애를 쓰는 편이다. 하지만 성장정책은 미덥지 못하다. 입만 열면 4차 산업혁명이지만, 규제샌드박스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비즈니스 규제 하나 못 풀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장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