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11차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과 관련, 우리 정부가 작년에 제시한 '13% 인상이 최대치'라는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 역시 협상에서 작년 제안을 그대로 고수할 계획이다. 미 민주당이 전임 행정부의 한국에 대한 과도한 방위비 압박에 비판적이었던 터라, 바이든 행정부로서도 기존 합의안을 거부할 명분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2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뤄진 한미 간 협상 내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측이 방위비 문제를 꽤 우선순위에 놓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정황들이 있다"면서 "전임 정부 협상 내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특히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에 제시했던 13% 인상안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 인상안은 양국이 지난해 4월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던 합의안이다. 협상 상황을 아는 다른 소식통은 "한국이 양보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담은 안이 이미 마련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무부로서도 이 부분을 들여다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소식통은 "바이든 행정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우리가 낼 수 있는 규모가 늘거나 줄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미가 13%안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방위비 협상에서 공전을 거듭했던 한미는 지난해 4월 한국이 '마지막 제안'이라며 내민 약 1조1,739억원 인상안에 잠정 합의했다. 2019년 분담금인 1조389억원에서 약 13% 증액된 규모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방위비를 더 내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사실상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우리 정부도 "그 액수가 가능한 최고 수준의 액수다(강경화 외교부 장관)"라고 맞서면서 협상 동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외교가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13% 인상안을 크게 벗어나는 수준의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미 민주당은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무리한 방위비 인상 요구를 "갈취"라고까지 표현하며, 동맹관계를 금전화한 트럼프 행정부의 협상 태도를 비판해 왔다. 이랬던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이 내놓은 '최대치'를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방위비 협상이 오는 4월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근로자들의 무급 휴직 사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되풀이 될 수 있는 점에서 미국 역시 추가 인상을 목표로 한 재협상을 요구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지난해 교체된 도나 웰튼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는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협상 업무를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