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풀리나 했는데…종교 교육시설 관리 뒷짐 지다 '뒤통수'

입력
2021.01.27 15:30
자영업자, 광주 건물 외벽에 계란 던지기도
"감염 확산 차단한다지만 안심할 수 없어"


"벼락 맞은 기분입니다."

정부가 종교 교육시설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방역수칙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27일 오후, 광주시 방역당국의 한 관계자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일선 방역 현장에서 "뒷북 지침 적용"이란 비판을 듣는 것도 걱정이지만 최근 잇따른 IM선교회 관련 비인가 국제학교 집단감염이 다음 달부터 적용하려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조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는 "진정세를 보이던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다시 거세질지 모르겠다는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집단감염이 터진 광주TCS국제학교 앞에서 60대 자영업자가 "거리두기 때문에 자영업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뒤 건물 외벽을 향해 계란 6, 7개를 던진 터였다.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시설발(發) 집단감염이 거리두기 단계 조정 등 후속 방역 조치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그간 비인가 시설이라는 이유로 교육청 등 관계 당국이 사실상 방역관리에 뒷짐을 지고 있었던 터라, 지역 감염 확산 차단이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광주시가 광주TCS국제학교에서 확진자 115명이 무더기로 쏟아지자 5인 이상 비인가 교육시설과 5인 이상 모든 합숙시설에 대해 자진신고와 함께 관계자 전수검사를 받도록 행정명령을 내린 배경에도 이런 위기감이 깔려 있다. 시는 "5개 자치구와 경찰, 교육청 등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감염 확산을 차단하겠다"고 했지만, 실상을 뜯어보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확진자 전원이 무증상 감염자여서 최초 감염원과 전파 경로 등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데다, 이 중 54명이 서울과 부산 등 10개 지역 출신이어서 광주 외 지역 감염 확산도 배제할 수 없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기숙생활을 했기 때문에 거의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교육 과정에서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지켰다"고 했지만, 방역당국의 생각은 다르다. 3~4층짜리 기숙시설 두 곳에서 방 하나에 6~8명씩 합숙하던 학생들이 서너 명씩 어울려 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봤다는 주민들의 진술이 적지 않은 탓이다. 대표적인 '3밀(밀집·밀폐·밀접) 시설'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학교 측 허락을 받아 외출하기도 했다. 게다가 확진 교사 상당수도 출퇴근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방역 당국은 학생과 교사 등을 대상으로 위치정보시스템(GPS) 등을 활용한 증거 기반 심층 역학조사에도 나섰다.

진정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던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IM선교회 집단감염 확산이라는 돌발 변수가 터져나오면서 설 연휴를 앞두고 거리두기 단계나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완화되긴 어려울 거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방역당국은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시설 집단감염이 더 퍼질 수 있다고 보고 사태 추이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광주시가 IM선교회 소속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어린이집 특별활동 교사로 참여한 사실을 확인, 지역 감염 확산 차단을 위해 28일부터 설 연휴가 끝나는 내달 14일까지 어린이집 1,072곳에 대해 긴급 휴원 조치를 내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만큼 상황이 엄중하다는 뜻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거리두기 조정 방안 등에 대해 자영업자 등 각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뒤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세부 논의를 할 계획"이라며 "지금으로선 단계 완화 등을 언급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