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 위해 써달라"... 대구서 줄 잇는 '키다리아저씨'

입력
2021.01.27 14:3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대구 지역에 익명의 얼굴 없는 천사가 잇따라 온정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27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후 4시쯤 4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동인동행정복지센터 사무실 입구 앞 발열체크를 하는 공간에 100만원이 담긴 봉투를 말없이 건네고 사라졌다. 봉투 안에는 "일백만원 약소하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주십시오"라는 내용이 적힌 메모와 5만원권 20장이 들어있었다. 담당 직원이 뒤늦게 쫓아나갔지만 여성은 사라진 뒤였다.

동인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따뜻한 나눔을 전해 주신 기부천사 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어려운 이웃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에는 한 70대 여성이 대구시청을 찾아 청원경찰에게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해달라"며 5만원 74장이 담긴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 청원경찰은 담당 부서로 안내하겠다고 했지만 이 할머니는 "심부름으로 대신 왔으니 전달만 해달라"며 말한 뒤 사라졌다.

2012년부터 매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기부한 '대구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달 마지막 기부금 5,000여만원을 전달하고 10년 간의 기부 약속을 지켰다. 그가 10년간 기부한 금액은 10억3,500여만원에 달한다.

한편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84억9,000만원 모금을 목표로 시작한 '희망2021 나눔캠페인'에는 이날까지 총 94억9,100만원이 모금돼 사랑의 온도는 111.8도를 가리키고 있다. 캠페인은 이달 31일까지 진행된다.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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