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관리사무소 모니터에) 화재경보가 뜬다는 긴급 전화를 한달 사이 세 번이나 받았어요”
“자정쯤 가스감지기에서 가스가 샌다는 경고음이 터지더니 밤새 멈추질 않았어요. 경보중지 벨을 눌러도 소용없고,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동남지구 H아파트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주민들의 하소연이다.
총 11개동 910세대(전 세대 84㎡) 규모인 이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9월 말.
한데 새집에 대한 입주민들의 설렘은 이내 실망감으로 변하고 말았다. 거의 모든 가구에서 입주 직후부터 무수한 하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하자는 안전과 직결되는 화재경보기 오작동이다.
입주민들에 따르면 실내에서 화기를 쓰지 않았는데도 화재경보가 잘못 울려 관리사무소측이 출동한 곳이 수십 가구에 이른다. 화재경보기 오작동은 겨울철로 접어든 12월 부터 부쩍 잦아져 하루에 두 번 경보가 울린 집도 있다.
입주민 A씨는 “화재경보가 울린다는 연락을 받고 확인해보니 열감지기 안은 습기로 가득 차 있고 바로 옆 전등에는 물이 그득 차 있었다”며 “감전될까 무서워 한동안 전등을 켜지도 못했다”고 했다.
B씨는 “화재경보기를 살피러 온 직원이 ‘자꾸 오작동되는 게 거슬리면 경보기를 아예 꺼두라’는 말을 해 어이가 없었다”며 관리소 측의 안전 불감증을 꼬집었다.
가스감지기 오작동도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한 가구에서는 늦은 밤 가스감지기에서 발생한 가스 누출 경고음이 아침까지 9시간 동안 그치지않아 일가족이 공포와 소음 피해로 몸서리를 쳐야 했다. 이 가스감지기는 내부가 심하게 녹슨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가구에서는 가스 누출 경보가 울려 감지기를 교체했는데도 또 다시 오작동을 일으킨 일도 벌어졌다.
이밖에 천장 누수, 화장실 악취, 타일 파손 등 날림 공사에 따른 하자는 이루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라고 주민들은 전했다.
충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새 아파트의 화재경보기, 가스탐지기에 문제가 있는 사례는 흔치 않다”며 “기기 자체의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경보기 등의 오작동은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즉시 정밀 소방점검을 받고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못한 주민들은 집단 행동에 나설 태세다.
입주민협의회를 꾸리는 대로 시공업체를 항의 방문해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할 참이다.
시공사인 W건설측은 “화재경보기ㆍ가스감지기 오작동은 열에 민감한 기기가 갑자기 추워진 기온에 반응하면서 벌어진 것”이라며 “H아파트의 하자 3만여건 가운데 현재 94.7%를 해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