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부정' 전남여성인권센터 설립 취소한다

입력
2021.01.26 15:57
성매매 피해 여성들 모은 수익금
수천만원 빼돌려 개인회사 세워
도지사 승인 없이 불법 수익사업
道, 공금 환수 조치·대표 등 고발


갑질·횡령 의혹 등으로 대표의 직무가 정지된 (사)전남여성인권지원센터와 부설기관이 공금 수천만원을 빼돌리고 감독기관 승인 없이 불법으로 수익사업을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전남도는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해 법인 설립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또 공금 환수 조치 및 과태료 부과 처분과 법인대표 등을 경찰에 고발키로 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9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여성가족부, 여수시와 합동으로 전남여성인권지원센터와 부설기관 3곳에 대한 특별 점검을 실시해 법인대표 A씨 등이 도지사 승인없이 목적 외 수익사업을 벌이고 국가보조금과 후원금 부당 운영과 회계부정 등 다수의 위법사항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전남여성인권지원센터는 2009년 A씨가 설립했으며, 부설기관은 여수여성자활지원센터, 무지개쉼터, 담쟁이쉼터 3곳이다. 이들 쉼터는 성매매·성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숙식제공, 신변보호, 구조지원(의료·법률·소송) 등의 역할을 맡고 있다. 자활센터는 자립과 전업을 위한 훈련과 일자리제공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여수시는 이 법인에 최근 3년간 26억여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합동점검 결과, 해당 법인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4억6,000여만원을 지원 받아 전남도 허가없이 불법으로 식당을 차린 뒤 수년째 영업을 했다. 또 식당 임대보증금 1,000만원과 수익금 700여만원 등 법인 돈 1,700여만원을 법인과 무관한 B사 설립자금으로 불법 전용한 사실도 적발했다.

B사는 2019년 법인대표 A씨와 법인 관계자 등 5명이 사적으로 세운 업체로 드러났다. 법인 대표와 자활센터장을 겸직한 A씨는 B사 설립자금으로 법인 돈 1,700만원 외에 자활센터 수익금 2,400만원도 빼 썼다. 이 수익금은 자활센터 공동작업장 운영사업 외에는 사용할 수 없는 돈으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작업장에서 일하며 모은 적립금이다.

특히 A씨 등은 B사 설립자금으로 흘러들어간 2,000만원을 마치 자신들의 돈을 투자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꾸미기도 했다. B사 등기부등본에는 A씨를 포함해 5명을 주주로 올리고, 대주주로 A씨를 내세워 40%(800만원)의 지분을, 나머지 4명은 각각 15%(300만원)씩 투자한 것으로 가짜 주주명부를 만들었다. 이밖에 부설기관 쉼터도 시설 생계비를 부당 처리하고 증빙자료 없이 후원금 등을 부적정하게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법인 여성인권활동가는 "직무 정지된 법인대표는 파렴치한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반성은커녕 여전히 법인 업무를 지시하고 갑질을 하고 있다"며 "여수시는 자활센터 공동작업장 5곳에 대한 회계보고와 감사, 예·결산 내역을 공개하고 전남도와 여성가족부는 수년 동안 불법행위를 저지른 법인에 대해 즉각 설립허가 취소와 대표를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전남도는 법인에 대해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하고 부당하게 사용한 수익금 1,700만원 환수 및 과태료 부과 처분과 동시에 A씨 등을 형사 고발하기로 했다. 자활센터에 대해서도 수익금 2,400만원과 국가보조금 및 후원금 등 부당 사용한 공금을 회수하고 법인과 함께 고발할 예정이다. 도는 위반사항과 처분 내용을 각 시설에 사전 통지했고, 의견청취 후 최종 처분을 내리고 감사를 요청할 방침이다.

김종분 전남도 여성가족정책관은 "해당 법인은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는 성매매 피해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공적재정을 투입해 운영하는 취약계층 여성지원시설"이라며 "잘못된 법인 운영을 바로잡아 입소자들이 2·3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처분 절차를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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