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직업보다 집 때문에… 작년 8만명 서울 등졌다

입력
2021.01.2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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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2020년 국내인구이동 통계 
"차츰 인구이동 줄어드는 장기 추세마저 거슬러"

지난해 집값 상승과 전세 대란으로 부동산 거래가 늘면서 인구이동 규모가 21년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특히 '주택 문제'를 이유로 서울에서 다른 시·도로 8만명 순유출됐고, 서울을 등진 10명 중 6명 이상은 경기로 향했다.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국내인구이동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이동한 사람은 773만5,000명으로 2019년 대비 8.9%(63만1,000명)나 급증했다. 이는 1999년 이후 21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인구 100명당 이동자 수를 뜻하는 인구이동률은 1년 사이 1.2%포인트 상승한 15.1%로 집계돼 201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인구이동이 많았던 것은 주택거래가 워낙 활발했던 탓이다. 김수영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원래 인구이동은 고령화와 교통통신 발달로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라며 "다만 지난해에는 주택매매나 전월세 거래 등 주택 사유로 인한 이동이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입 사유별로 보면, 주택을 이유로 읍면동 경계를 넘어 거주지를 옮긴 사람이 300만5,000명으로 가족(179만5,000명), 직업(163만7,000명) 등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2019년 주택으로 인한 인구이동보다 24만7,000명 늘어난 규모다.

집값이 폭등한 서울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서울에서 주택을 이유로 7만9,600명이 순유출됐는데, 이는 2019년 대비 1만1,300명 늘어난 규모다. 반면 경기에서 서울 인구를 빨아들이며 주택으로 인한 경기 순유입 규모는 2019년 7만5,300명에서 지난해 8만5,300명으로 증가했다.

이 같이 주택 문제는 서울에서 경기로 향하는 인구이동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해 서울을 떠나 경기에 전입한 인구는 1년 사이 4만2,000명 늘어난 37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서울 전출자(57만5,000명)의 65.4%가 경기로 이사하는 셈이다.

다만 서울 인구 감소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격차는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은 인구가 8만8,000명 순유입된 반면, 중부권 순유입 규모는 1만2,000명에 그쳤다. 호남권과 영남권은 각각 2만4,000명, 7만8,000명 인구가 순유출되며 수도권에 인구를 빼앗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 과장은 "수도권 인구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90% 가까이 마무리된 2017년부터 순유입으로 전환됐다"면서 "수도권 중 경기 지역의 20, 30대 인구 순유입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세종=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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