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시작된 정기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태도가 변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당 의원들의 도발에 즉각 대응하기 보다 "지적을 받아들이겠다"며 자세를 낮추면서다.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늑장 대응과 잇단 말 실수에 대한 야당의 추궁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스가 총리는 26일에도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답변을 삼가겠다", "(질문자의) 지적이 맞지 않는다" 등의 언급을 사용하지 않았다. 관방장관 시절부터 야당 의원이나 기자들로부터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답변을 삼가겠다"며 즉답을 피하거나 오히려 "지적이 맞지 않는다"며 권위적인 모습을 보여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날 병상 부족 등으로 자택 대기 중 사망한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에 대해선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며 "책임자로서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에다 겐지(江田憲司) 입헌민주당 의원이 전날 지난해 임시국회에서 총리가 "답변을 삼가겠다"고 답변한 횟수가 113차례였다고 지적하자, 스가 총리는 "그렇게 답했다면 질문이 같았던 것이 아니었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그러한 지적을 제 나름대로 받아들이겠다"고 담담히 답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많다"는 질문에도 "여러 말들이 있다는 것을 솔직히 받아들이고 있다"고 대응했다. 에다 의원이 "관료가 준비한 답변서를 읽어도 국민에게는 전달되지 않는다"며 총리의 약점인 메시지 전달력을 꼭 집어 지적하자, "지적은 받아들이지만 총리로서 제대로 답변하고 싶다. (자료를) 확인하면서 (답변)하겠다"고 대응했다.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질문에는 다무라 노리히사(田村憲久) 후생노동장관이나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재생장관,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올림픽담당장관 등 소관부처 장관에게 답변을 맡기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지지통신은 이에 "최대 논점인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총리는 답변을 관계부처 장관에게 맡기는 등 안전운전에 충실한 반면, 입헌민주당은 병상 부족 등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을 질문하면서 비판 일변도의 자세는 자취를 감췄다"고 평가했다.
당초 스가 정권 출범 후 첫 정기국회이자 차기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야당의 추궁에 스가 총리가 맞대응하는 치열한 논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궁지에 처한 스가 총리가 자세를 낮추고 있고, 내각 지지율 하락에도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야당도 비판을 위한 비판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긴급사태선언 중 양측 모두 차가운 여론을 의식해 불필요한 공방을 피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